배힘찬, 18일 두산전 14구 연속 볼 남발
리즈 16구 연속 볼 기록, 유창식도 15구
KIA 김기태 감독은 애처로운 표정으로 마운드를 바라봤다. 7회말 KIA 우완 투수 배힘찬의 공은 좀처럼 제구가 되지 않았고, 던지는 공마다 전부 스트라이크존을 빗나갔다. 김 감독의 인내심은 14구 연속 볼이 될 때까지 이어졌다. 결과는 최악이었고, 팀은 역전의 희망을 잃고 말았다.

배힘찬은 지난 18일 잠실 두산전에서 KIA가 4-7로 뒤진 7회말 1사 1·2루에서 구원등판했다. 첫 타자 닉 에반스를 상대로 던진 초구 139km 직구가 스트라이크로 들어갔지만 이후 4개의 공이 모두 볼이 돼 볼넷을 줬다. 계속된 만루에서 최주환에게 던진 4개의 직구 모두 볼이 되며 밀어내기 볼넷 허용.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재호에게도 4개의 공 전부 볼로 던지며 2연속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고 말았다. 박건우에게도 초구, 2구 직구가 모두 볼이 되며 14구 연속 볼을 남발했다. 결국 박건우가 3구째 직구를 건드려 좌전 적시타로 연결한 뒤에야 배힘찬의 지긋지긋한 연속 볼 행진이 끝날 수 있었다.
이날 배힘찬은 1⅔이닝 7피안타 3볼넷 1탈삼진 6실점(5자책)으로 무너졌고, 추격의 희망을 갖고 있었던 KIA도 5-15로 패했다. 어느 정도 경기 흐름이 넘어간 뒤 등판했다는 것을 감안해도 답답한 투구.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4년 전 이보다 더 심한 연속 볼 남발을 감독으로서 지켜본 적이 있었다.
LG 사령탑 시절이었던 2012년 4월13일 잠실 KIA전. 당시 LG 외국인 투수 레다메스 리즈는 5-5로 맞선 연장 11회초 구원등판, 첫 타자 차일목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이어 2구째 2루 땅볼 처리한 뒤 갑자기 제구 난조를 보였다. 홍재호-신종길-이용규-김선빈에게 4연속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며 밀어내기로 결승점을 어이없게 헌납한 것이다.
리즈는 계속된 1사 만루에서 안치홍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진 뒤에야 볼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이미 움츠러든 리즈는 안치홍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가 패전의 멍에를 썼다. 그 이후 4경기 더 구원으로 나왔지만 리즈는 마무리투수로서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한 채 2군행을 자처했다. 5월부터 선발 전환한 뒤 안정을 찾았다.
연속 볼 남발 잔혹사는 지난해에도 있었다. 지금은 KIA 소속인 좌완 유창식이 한화 소속이었던 지난해 4월1일 대전 두산전. 1-3으로 뒤진 6회 1사 1루에서 구원등판한 유창식은 2루타를 내준 뒤 땅볼을 잡으며 계속된 2사 2·3루에서 갑자기 제구가 흔들렸다. 김재호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만루가 되더니 민병헌에게 4연속 볼로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한 것.
이어 정수빈에게도 초구가 포수 뒤로 빠지는 폭투가 돼 추가 실점했고, 계속해서 3개의 볼을 더 던져 다시 볼넷으로 만루가 됐다. 3타자 연속 스트레이트 볼넷. 김현수에게도 3연속 볼을 던져 리즈의 16구 연속 볼 불명예에 다가섰으나 가까스로 140km 직구를 스트라이크존으로 우겨넣었다. 이날 유창식은 ⅔이닝 1피안타 3볼넷 1실점. 제구 난조를 고치지 못한 유창식은 결국 한 달 뒤 KIA로 트레이드됐다. 공교롭게도 김기태 감독과 만났다. /waw@osen.co.kr
[사진] 배힘찬-리즈-유창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