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위에서 거리 조정하며 80% 투구
최대한 신중, ‘인간승리’ 드라마 기대감
전병두(32·SK)가 다시 마운드 위에 섰다. 2012년 겨울 이후 처음이다. ‘경기장 복귀’를 향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가운데 SK도 숨죽여 전병두의 상태를 지켜보고 있다.

2011년 왼 어깨 회전근 수술 이후 수차례 난관을 겪었던 전병두는 최근 정식 높이의 마운드에 서서 공을 던지고 있다. 그간 평지에서 단계별투구프로그램(ITP), 하프피칭을 마쳤고 지금은 한 번에 30개의 공을 약 80%의 힘으로 투구 중이다. 비록 실전은 아니지만 전병두가 실제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진 것조차 2012년 겨울 열렸던 팀의 괌 재활캠프 이후 처음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상적인 마운드 피칭까지는 아니다. 포수가 홈 플레이트 1~2발자국 앞에서 공을 받는 경우도 있다. 모든 투구가 18.44m의 거리에서 이뤄지는 것은 아닌 셈이다. 전병두의 재활 과정에 가장 큰 동반자인 고윤형 SK 루키팀 컨디셔닝코치는 “포수의 위치를 조금씩 조정하면서 공을 던지고 있다. 1~2발자국 앞에 나왔다가, 다시 뒤로 조금 물러서는 등 거리 조정을 하고 있다. 지금은 정상적인 위치에서 공을 받는 것은 30구 중 5구 정도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SK 관계자들은 전병두가 마운드 위에 다시 섰다는 자체로도 감격스러워하는 모습이다. 2012년 괌 재활캠프 당시부터 전병두를 지켜봤던 김경태 루키팀 투수코치는 “당시 이후로 처음으로 마운드에 섰다. 대단한 의지다”라면서 “수술 이후 팔각도는 예전보다 내려왔다. 하지만 대만 퓨처스팀(2군) 캠프 당시보다는 확실히 많이 나아졌다. 이제 구속도 130㎞ 정도는 나온다”라고 희망적인 요소를 짚었다.
수술과 재활, 다시 수술과 퇴행 속에 전병두의 5년은 그대로 날아갔다. 하지만 “반드시 마운드 위에 다시 서겠다”라는 불굴의 의지로 지금까지 버텼다. SK도 전병두를 방출하지 않고 기회를 주고 있다. 워낙 성실하게 훈련에 임해 강화에 있는 어린 후배들에게도 모범이 된다는 칭찬이 자자하다. SK와 전병두는 사실상 올해를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더 이상 탈이 나면 안 된다. 그만큼 신중하다.
앞으로 일정도 최대한 조심스럽게 짜고 있다. 투구수는 30개에서 더 이상 늘리지 않을 예정이다. 어차피 불펜 투수고 예전처럼 전천후로 뛸 것도 아니라 그 이상의 투구수는 의미가 없다. 대신 현재 80% 수준에서 강도를 조금씩 높여가는 과정을 밟는다. 거리는 조만간 정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오버 페이스는 절대 금물이다. 고 코치는 “투구 때마다 매번 상태를 보고 다음 일정을 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바로 멈추고 보강에 들어간다.
남들은 한 달이 걸리는 과정도 전병두는 두 달, 혹은 세 달이 걸릴 수도 있다. 인내와의 싸움이다. SK의 한 관계자는 “구단은 전병두가 건강하게 마운드에 올라 1군에서 단 하나의 공이라도 던지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다”라면서 “여름 이후를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곤 했던 예전에 비해서는 지금은 더디지만 꾸준히 앞을 향하고 있다. 기대를 걸어볼 만한 대목이다.
전병두가 어떤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지는 모른다. 예전처럼 역동적인 투구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복귀 자체가 인간승리다. 그리고 전병두는 이제 타자들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서서, 좀 더 큰 희망을 품고 있다. 전병두의 재활 시계가 아직 멈추지 않고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