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백업 포수 김민식(27)이 서서히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일취월장한 기량으로 코칭스태프의 호평을 한몸에 받고 있다. 칭찬에 인색한 박경완 SK 배터리코치도 적어도 블로킹에 있어서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김민식은 17일과 1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 투수들과 호흡을 잘 맞추며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주전 포수 이재원의 햄스트링 상태가 조금 좋지 않아 긴급 출전했지만 성과가 좋았다. 18일에는 타석에서도 상대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을 끈질기게 괴롭히는 등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발전된 기량을 과시했다.
대학 시절부터 포수를 본 김민식은 기본기 측면에서 조금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가고시마 특별캠프부터 박 코치의 조련을 받으며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백지에서 시작한 만큼 성장 속도는 가장 빠르다는 것이 박 코치의 칭찬이다.

박 코치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라고 잘라 말하면서도 "내 제자라서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10개 구단 포수들의 경기를 쭉 지켜보다보면 김민식이 블로킹 하나만큼은 최고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제(18일)도 블로킹 미스를 하나 하기는 했지만 좋았다"라고 극찬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 당시까지는 기본기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였지만 수비력은 크게 좋아졌다는 평가다. 포수치고는 날렵한 몸매와 몸놀림을 가지고 있어 순발력이 뛰어나고, 강훈련을 통해 향상된 기본기까지 뒷받침되며 블로킹 하나만은 최고 수준에 올라왔다는 설명이다. 박 코치는 "정말 많이 늘었다. 이제 승천 준비를 하는 것 같다"라고 웃어보였다.
김민식은 이에 대해 "코치님이 정말 그런 말씀을 하셨느냐"라고 반문하면서 "아무래도 포수는 수비가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다. 수비에 대한 부분은 완벽하게 하려고 한다. 시즌 중이라 양은 줄었지만 캠프 때 했던 훈련을 꾸준하게 하다보니 몸에 익는 것 같다"라고 겸손해했다.
투수 리드도 계속 좋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박 코치는 "아직 응용력은 부족하지만, 하나를 가르치면 그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하는 선수다. 그래서 (주전 포수인) 이재원과는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지도하고 있다"라면서 "벤치에 있어서 출장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계속 좋아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18일에는 에이스 김광현과 짝을 이뤄 무난한 리드를 보이기도 했다. 2회 2실점, 7회 실책이 빌미가 된 1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투수들과 힘을 합쳐 5-3 승리를 이끈 김민식은 "초반에 빠른 공에 힘이 있어서 내 스타일대로 빠른 공 위주의 승부를 했다. 그게 패착이었다"라고 부끄러워하면서도 "(김)광현이형이 빠른 공 위주로만 가면 너무 힘들다고 패턴을 조금 바꾸자고 하더라. 그때 깨달은 것이 있어 패턴을 바꾼 것이 나름대로 잘 먹혔던 것 같다"라고 오히려 김광현에게 공을 돌렸다.
18일 경기는 김광현이 프로 데뷔 후 자신보다 후배와 호흡을 맞춘 첫 경기였다. 김민식으로서도 에이스급 투수의 공을 선발 포수로 받은 첫 경기였다. 성장의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게 코칭스태프의 기대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