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현장분석] ‘극악 불운’ 켈리, 굿이라도 해야 하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5.19 21: 39

 SK 외국인 에이스 메릴 켈리(28)가 야수들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마지막까지 버텼지만 이번에도 승운은 없었다.
켈리는 1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8.1이닝 동안 107개의 공을 던지며 7피안타 2볼넷 7탈삼진 3실점(2자책점)으로 잘 던졌다. 올 시즌 9번째 등판에서 7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보통 이 정도 투구 내용이라면 승리와 한참 가까워야 정상. 그러나 켈리만 등판하면 유독 힘을 못썼던 타선은 이날도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이번에는 불펜도 도와주지 않았다.
그간 SK 타선은 켈리만 등판하면 방망이가 물을 먹었다. 올 시즌 퀄리티스타트 6번, 평균자책점 3.40의 비교적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켈리는 2승3패에 그쳤다. 한 경기 평균 득점이라고 할 수 있는 4점 이상의 득점 지원을 받은 경우는 올 시즌 딱 2번이었다. 반면 3점 이하 득점 지원 경기가 6번이나 됐다. 잘 던져도 이런 경기는 운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4월 2일 인천 kt전은 3점, 4월 8일 인천 LG전 2점, 4월 14일 인천 KIA전 0점, 4월 26일 잠실 두산전 1점, 5월 1일 고척 넥센전 1점, 5월 13일 잠실 LG전 1점까지, 켈리의 극악 득점 지원 흑역사는 눈물 없이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날은 달라지길 원했지만, 켈리에게는 아쉽게도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타선은 상대 선발 브룩스 레일리에 꽁꽁 묶였다. 2회 최승준이 솔로포로 1점을 뽑은 뒤로는 이렇다 할 기회도 만들지 못했다. 3회부터 6회까지는 단 한 명의 타자도 살아나가지 못할 정도로 빈공이었다.
여기에 수비도 도와주지 않았다. 3회 SK의 수비 시프트를 비웃는 김대륙의 3루타와 김문호의 2루타가 실점의 빌미가 됐다. 1-1로 맞선 2사 2루에서는 포수 김민식의 견제구가 주자 김문호의 몸에 맞고 엉뚱한 곳으로 흐르며 역전 점수를 허용하는 불운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꿋꿋하게 던진 것이 더 대단했다. 7회에도 우익수 정의윤의 실책으로 2사 2,3루 위기가 있었지만 김대륙을 삼진으로 잡아내고 불을 껐다. 7회까지 87개의 공을 던진 켈리는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1사 후 김문호의 타구가 불규칙 바운드가 되며 그라운드까지 켈리를 외면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8회를 무실점으로 막으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러자 고개를 들지 못했던 타선이 마지막 힘을 냈다. 8회 2사 후 박정권과 최정의 극적인 역전 백투백이 터지며 팀이 3-2 역전에 성공한 것. 그러자 켈리는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아웃카운트 하나를 책임졌고 1사 1루에서 마무리 박희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하지만 2사 1,3루에서 또 한 번 묘한 장면이 나왔다. 정훈의 느린 땅볼이 1루수 박정권의 글러브를 맞고 튀었고, 2루수도 역동작에 걸리며 1루 승부를 하지 못해 동점을 허용했다. 켈리의 승리가 다시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박정권이 잡았거나 아예 건들지 못했다면 승부가 가능할 수도 있었던 흐름이었다. 어찌됐건 운이 따르지 않은 켈리였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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