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출신 외국선수? KBL에서 의미 없는 이유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05.20 07: 15

프로농구 외국선수 선발에서 중요한 것은 이름값이 아니다. 
2016년 KBL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접수가 끝났다. 총 529명이 서류를 넣었다. 페리 엘리스(22, 캔자스대)처럼 NCAA 특급스타였던 선수도 있고, 조쉬 하워드(36) 같은 전직 NBA출신 선수들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선수들이 KBL에서 뛸 일은 없다고 보면 된다. 
▲ 페리 엘리스가 KBL에? 현실성 없다 

KBL이 발표한 지원자 명단의 선수들이 ‘나 무조건 KBL에 갈 테니 꼭 뽑아주시오!’하는 것이 아니다. 에이전트가 진지하게 선수 의사를 묻지 않고 일단 서류를 접수하는 경우가 많다. 각 구단에서 현실적으로 선발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에게는 KBL이 ‘초청장’을 보낸다. 그 중 KBL에 오길 원하는 선수들이 지원비를 내고 최종지원한다. 이 과정에서 절반 정도는 추려진다. 
7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트라이아웃에 실제로 오는 선수는 더 적다. 중간에 집에 가는 선수도 있고, 트라이아웃 당일 날 지명돼도 다 터커처럼 계약을 포기하는 선수도 나온다. 실제 뽑을 수 있는 선수들은 200명 안쪽이다. 이름값 높은 선수는 그 과정에서 대부분 없어지기 마련. 페리 엘리스 같은 선수가 서류를 내도 각 구단에서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이유다. 각 구단이 정말 뽑고 싶은 선수가 있으면 트라이아웃에 나오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선수와 교감을 나눠야 한다. 
페리 엘리스는 4년 동안 캔자스대의 주전포워드를 본 엘리트다. 미국대학농구에서도 스카우트 전쟁이 매우 치열하다. 타주의 유망주를 가로채는 경우가 허다하다. 선수는 명문대 진학을 NBA에 가기 위한 발판쯤으로 여기고 있다. 스타들은 1년만 마치고 곧장 NBA에 가는 추세다. 고향이 캔자스 위치타인 엘리스는 4년 내내 활약하며 대학 졸업장을 따서 지역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캔자스는 지난해 8월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서 미국을 대표하는 단일팀으로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주역이었던 페리 엘리스와 웨인 쉘든 주니어, 그리고 1학년 포워드 첵 디알로가 NBA 드래프트에 나왔다. 디알로는 1라운드 중반, 쉘든은 2라운드 중반, 엘리스는 2라운드 후반 지명이 유력한 상황이다.  
기자는 지난해 엘리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엘리스는 “NBA는 언제든 갈 수 있다. 캔자스의 우승을 위해 4학년에 남았다. 공부를 더 해서 졸업장을 따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밝혔다. 
불행히도 엘리스는 작년에 NBA에 가는 것이 주가가 더 높았다. 올해 NCAA 토너먼트 8강전에서 캔자스는 챔피언 빌라노바에게 59-64로 패했다. 엘리스가 4득점으로 부진했던 것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203cm의 작은 키는 NBA에서 빅맨으로 경쟁력이 없다. 그렇다고 엘리스가 자유자재로 3점슛을 쏘는 선수도 아니다. 1라운드 지명이 유력했던 그가 2라운드로 밀린 이유다. 엘리스는 NBA에 가지 못하더라도 유럽 탑 클럽에서 충분히 주전으로 뛸 수 있다. 노는 물이 다른 그가 KBL에 올 일은 없다고 보면 된다.  
▲ NCAA를 주름잡았던 스타들 
명단에서 기자를 가장 놀라게 한 선수는 따로 있다. 캔자스출신 포인트가드 셰런 콜린스(29)다. 그는 2008년 마리오 챠머스와 함께 캔자스가 전미 우승을 따내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던 포인트가드다. 2010년에는 캔자스를 전미랭킹 1위로 이끌며 네이스미스 어워드 최종후보까지 올랐다. 신장이 180cm에 불과하지만 체중이 93kg으로 탄탄한 몸을 자랑한다. 득점력하나는 조 잭슨보다 낫다. 
2010년 캔자스는 32강에서 노던아이오와에게 일격을 당했다. 리더였던 콜린스도 주가가 하락했다. 그는 2011년까지 샬럿에서 20경기를 뛰었지만 NBA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이후 D리그를 전전하다 지난 시즌 캐나다에서 뛰었다. 현재 그의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대학시절 활약상만 놓고 본다면 단연 KBL 참가자 중 최고다. 
이밖에도 스타들이 많다. 맥도날드 올아메리칸 출신으로 캔자스를 1년만 마치고 NBA에 진출했던 조쉬 셀비도 있다. 2013년 루이빌 우승주역 셰인 베나한의 이름도 있다. 리바운드가 좋은 그는 193cm의 단신으로 분류돼 경쟁력이 더 크다. 하지만 그는 작년에도 서류만 내고 트라이아웃에 오지 않았던 과거가 있다. 
플럼리 3형제 중 막내인 마샬 플럼리(24, 듀크대, 210cm)도 서류를 넣었다. 2012년 마일스 플럼리도 KBL에 서류를 제출했다가 NBA에 지명됐던 전력이 있다. 메이슨 플럼리는 현재 미국대표팀 센터로 활약 중이다. 마샬은 형제 중 가장 실력이 떨어진다. 백인센터를 기피하는 KBL 특성상 별로 인기가 없을 전망. 
아마 고등학교 때 날렸던 걸로만 따지면 지원자 중 르브라이언 내쉬(24)가 최고다. 르브론, 코비, 내쉬의 이름을 섞은 이 선수는 맥도날드 올아메리칸으로 정말 ‘제2의 르브론’으로 불렸다. 모든 매체에서 그에게 별 5개를 줬을 정도. 201cm, 107kg의 탄탄한 몸을 자랑한다. 2012년 빅12 올해의 신입생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클라호마 주립대 4학년시절 그는 평균 21.5점을 넣으며 빅12 세컨드팀에 뽑혔다. 하지만 NBA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 시즌 그는 일본 BJ리그에서 뛰었다. 득점력 하나는 좋은 선수지만 외곽슛이 약하다는 평가다. KBL에는 193cm라고 서류를 적어서 냈기에 단신선수로 분류됐다.  
이밖에 최진수 재학시절 매릴랜드에서 주전으로 뛰었던 조던 윌리엄스와 랭든 밀본도 또 서류를 냈다. 
▲ KBL에서 성공한 NBA출신 선수 보셨나요?
NBA출신이라면서 화제를 모으지만 정작 KBL에서 성공한 선수는 거의 없었다. 간단하다. 사마키 워커처럼 전성기가 한참 지나 경쟁력이 없는 상태인 경우. 아니면 자존심이 강해 개인플레이를 하거나 지나친 대우를 요구하는 등 팀에 녹아들지 못하는 경우다. NBA출신이라서 골치 아픈 경우가 더 많다. 요즘 트렌드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교 4학년 졸업생을 선호한다. 
KBL에서는 최근 NBA 기록이 있는 선수는 애초에 지원자격이 없다. 레날도 버크만, 조쉬 셀비, 하킴 워릭, 조쉬 하워드, 데븐 이뱅스 같은 유명한 선수들이 보이지만 큰 의미가 없다.  
일리노이대학시절 데론 윌리엄스와 함께 ‘3가드’를 완성했던 루서 헤드, 3점슛으로 유명했던 데콴 쿡, 한 때 피닉스의 유망주였던 DJ 스트로베리는 일단 한국에 올 자격은 갖춘 NBA출신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온다고 해도 KBL에 선발될지는 의문이다.     
▲ 한국대표팀과 인연이 있는 선수들 
국제무대서 한국대표팀과 상대했던 선수들도 보인다. 자이드 압바스(33, 205cm)는 오랫동안 요르단 대표팀 주전센터로 한국을 괴롭혔던 선수. 대머리의 강한 인상에 3점슛까지 쏠 줄 안다. 그는 CBA에서 잔뼈가 굵다. 아시아쿼터를 활용해 주로 뛰었다. 
잭 마르티네스(35)는 2012년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우리나라를 상대로 리바운드 25개를 잡았던 덩치 큰 선수다. 당시 한국은 도미니카 공화국에게 85-95로 졌다. 이승준이 3점슛 2개를 포함해 21점 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 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한국은 리바운드서 28-58로 30개나 뒤졌다. 마르티네스 한 명에게 25개를 내준 영향이었다. 도미니카는 알 호포드가 30점 12리바운드, 잭 마르티네스가 16점 2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2007년 김주성은 토론토 랩터스의 캠프에 초청을 받아 NBA진출을 타진했다. 이젠롄과 겨루는 김주성의 활약에 깊은 인상을 받은 브라이언 콜란젤로 단장이 러브콜을 보냈다. 김주성은 부상여파로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때 김주성 대신 뽑힌 선수가 자마리오 문이다. 문도 KBL에 서류를 냈다. 하지만 만 36살에 이르는 나이가 걸림돌.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 팔레스타인의 에이스로 맹활약한 사니 사카키니(28)도 나왔다. 그는 203cm의 신장에 104kg으로 ‘아시아의 르브론’같은 탄탄한 몸을 자랑한다. 사카키니는 대회평균 22.4점, 12.6리바운드로 득점상과 리바운드상을 독식했다. 당시 기자는 사카키니와 인터뷰를 했었다. 그는 “한국에도 프로리그가 있느냐?”고 물으며 관심을 보였었다. 진짜로 지원할 줄은 몰랐다. 국내 감독들은 장신자로 정통센터를 선호한다. 사카키니가 득점력은 좋지만 수비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레바논의 제임스 하든’ 제스먼드 영블러드(32)도 나왔다. 본래 미국선수인데 레바논으로 귀화했다. 그는 아시아선수권 한국전에서 21점을 넣으며 깊은 인상을 남긴 선수. 제임스 하든처럼 왼손잡이인 그는 3점슛과 스텝백 점프슛이 특기다. 신장이 190.5cm라 단신선수로 고려해볼만하다. 그는 지난해도 지원했지만 선발되지 못했다.  
▲ 흙속의 진주는 누구? 
아이오와 주립대 출신의 멜빈 에짐(25, 201cm)은 굉장히 뛰어난 포워드다. 신장이 작아서 NBA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기량은 뛰어나다. 그는 졸업 후 NBA진출에 실패하자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뛰었다. 다만 여전히 돈보다는 NBA 진출을 최우선으로 두는 것으로 보인다. 
같은 아이오와 주립대를 나온 조지 니앵도 KBL에서 뛰기 아까운 선수다. 프레드 호이버그 감독이 지휘하던 시절 아이오와 주립대는 에짐과 니앵을 앞세워 강호로 군림했다. 니앵은 203cm 빅맨으로 충분히 KBL 골밑에서 경쟁력이 있다. 지난 시즌 4학년으로 니앵은 20.2점, 6.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관건은 NBA지명이 될 수 있다는 것. 
대니 매닝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털사대학을 갓 졸업한 제임스 우다드(22, 190.5cm)는 득점력이 좋은 가드다. 지난 시즌 4학년으로서 15.4점을 기록했다. 특히 강팀과의 큰 경기서 다득점해서 인상을 깊게 남긴 선수. 다만 KBL 감독들은 언제나 볼 점유율이 높은 가드를 좋아하지 않는다. 
캔자스주립대 출신의 커티스 켈리도 괜찮은 선수다. 기자는 2010년 빅12 챔피언십을 취재할 때 대학생이었던 켈리를 본 적이 있다. 205cm의 좋은 신장에 속공에 적극 가담하는 등 주력이 상당히 좋은 선수였다. 현재는 체중을 114kg까지 불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1년 졸업 후 이스라엘, 터키 리그 등지서 활약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페리 엘리스, 셰런 콜린스, 조쉬 하워드, 재스먼드 영블러드, 조지 니앵(위부터) /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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