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3호 QS+에 3점대 평균자책점
밴와트 부진-피노 부상 속 압도적인 존재감
‘내가 진짜 에이스다’.

올 시즌 kt 위즈의 가장 큰 약점은 선발진이다. 선발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이 5.45로 리그 8위. 5월 들어 kt 선발진은 1승 5패 평균자책점 6.98(8위)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젊은 투수들이 경험을 쌓고 있어 당장의 성적이 부진하다. 문제는 외국인 투수들의 잇따른 부진이다. 트래비스 밴와트가 최근 흔들리고 있고 요한 피노는 3경기 등판 후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그 중 유일하게 제 몫을 해주고 있는 투수가 슈가 레이 마리몬이다. 마리몬은 8경기에 선발 등판해 5승 1패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 중이다. 4점대 후반의 평균자책점은 어느새 3점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시즌 초부터 타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승수를 차곡차곡 쌓았고 벌써 5승째를 따내고 있다. 19일 수원 LG 트윈스전에서도 7이닝 무실점의 위력투를 선보였다. 그러나 이번엔 득점 지원을 받지 못했다.
어쨌든 마리몬이 팀 내 최고 에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외로운 에이스였던 크리스 옥스프링보다 더 위력적이다. 최근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QS, 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의 기록이다. 총 5개의 QS를 따냈는데 이 중 3개가 QS+였다. 단순히 승만 쌓는 것이 아니라 등판 때 마다 긴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경기 당 5⅔이닝을 투구하고 있다.
사실 마리몬은 처음 3명의 외국인 투수들을 영입했을 때 가장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고 구속 150km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지만 경험 면에서 가장 부족했다. 밴와트는 KBO리그에서 이미 2시즌을 뛰면서 검증을 받은 외인 투수였다. 따라서 지난 시즌 옥스프링의 역할을 밴와트에게 기대했다. 또한 피노는 마이너리그에서 통산 310경기, 메이저리그에서 18경기를 뛴 경험이 있었다.
반면 마리몬은 가장 물음표가 붙었던 선수였다. 그러나 정명원 투수 코치는 스프링캠프 당시 “의외의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투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조범현 감독은 정규 시즌 전 “변화구 제구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는데 마리몬의 변화구는 기대 이상이었다. 높은 타점에서 던지는 패스트볼, 투심 패스트볼도 위력적이다. 지난해 처음 빅리그 무대를 밟으며 성장세를 보였는데 국내 리그에서도 점차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경기에서 주무기인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의 구위, 제구가 좋다. 슬라이더는 높은 타점에서 떨어져 더 위력적이다. 19일 수원 LG전에선 최고 141km의 슬라이더를 32개 던졌는데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잘 파고들었다. 한국 야구에 점차 적응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마리몬은 스스로 “미국에선 변칙 투구를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타자들이 선구안이 좋고 콘택트 능력이 좋아 자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나름의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변칙 투구를 자주 사용하지 않고도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마리몬은 외국인 투수들이 잇따라 무너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스스로 진짜 에이스임을 증명하고 있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