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언 코치가 말하는 정수민 첫 승과 포크볼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6.05.20 05: 56

 마이너리그 유턴파인 NC의 신인 투수 정수민(26)이 프로 첫 선발 경기에서 감격의 첫 승을 거뒀다.
사연이 많다. 남들보다 출발이 늦다.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가 한 차례 실패를 경험하고 KBO리그로 뒤늦게 돌아왔다. 쓴 실패는 재출발을 하는 밑거름이 됐다.
정수민은 19일 넥센전에서 5⅓이닝 7피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부상 당한 에이스 대신 임시 선발로 나섰다가 거둔 승리, 팀에게도 자신에게도 많은 의미가 담긴 감격의 1승이었다.

#뒤늦은 출발
정수민은 부산고 3학년 때인 2008년 7월 시카고 컵스와 51만 달러에 계약, 미국을 건너갔으나 아메리칸 드림은 성공하지 못했다.
2012년까지 마이너리그 통산 71경기에서 10승 8패 4.14의 성적을 남겼다. 어깨 부상으로 2013년 3월 방출되자 귀국, 군 복무를 하며 KBO리그를 준비했다.
지난해 열린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로 NC의 지명을 받고 새출발 기회를 잡았다.
# 포크볼
NC는 정수민을 지명해 선발 요원으로 키울 요량이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와 올해 스프링캠프를 거치면서 선발 수업을 받았다. 제일 큰 과제는 변화구였다. 우완 투수라면 대부분 던지는 슬라이더도 여의치 않았다.
최일언 투수코치는 "스프링캠프에서 변화구를 지켜봤는데 커브 정도만 던졌다. 여러 구종을 놓고 포크볼을 익히게 했다"며 "선수마다 잘 맞는 구질이 있기 마련이다. 이것저것 연습하면서 포크볼이 제일 괜찮았다. 직구를 때릴 줄 아는 투수라 포크볼이 잘 맞았다. 타자를 상대하기는 슬라이더보다 떨어지는 포크볼이 더 좋다"고 설명했다.
정수민은 19일 넥센전에서 투구수 76개 중 직구를 47개, 포크볼이 25개였다. 나머지 5개는 커브. 거의 직구와 포크볼 투피치였다. 최고 149km의 빠른 직구에다 135km 내외의 떨어지는 포크볼 조합이 좋았다. 넥센전에서 두 차례 병살타(채태인 2개)가 모두 포크볼을 던져 유도해냈다.
최 코치는 "포크볼을 익혀서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가는 것과 존에서 떨어지는 유인구 2가지 포크볼을 던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불과 3개월이다. 정수민은 포크볼을 주무기로 쓸 정도로 빠른 시간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 2군
정수민은 올 시즌 2군에서 선발 경험을 쌓고 있었다. 4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7.71로 별로였다. 이에 대해 정수민은 "2군 경기에서는 구종과 로케이션 연습에 치중했다"고 말했다. 승패가 목적이 아닌 선발로서 성장하기 위한 자신만의 피칭을 한 것이다.
정수민이 19일 넥센전에서 그저그런 피칭을 했다면 곧장 2군으로 내려가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호투와 함께 승리 투수가 되면서 다음 선발 등판 기회가 생겼다. 최 코치는 "다음 주 선발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정수민은 "한국으로 돌아와서 마운드에 설 수 있어 좋다"며 "남들보다 늦은 만큼 더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성적으로 친구들을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실패를 딛고 재도전, 뜻하지 않게 빨리 찾아온 선발의 기회, 그것을 실력으로 잡은 정수민.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orang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