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 불안 딛고 '싸움닭 기질'로 지난해 연착륙
20일 두산전 선발 등판에서 적극승부 모습 필요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 투수 김원중(23)을 주목하게 만드는 등판이 있었다. 지난 2015년 8월 17일 목동 넥센전 4-8로 뒤진 5회말, 팀의 3번째 투수로 올라온 김원중은 첫 이닝을 맞이했다.

서건창, 고종욱을 범타로 처리한 뒤 유한준에 볼넷을 내줬다. 그리고 맞이한 선수는 앞선 타석 만루포를 때려낸 ‘홈런왕’ 박병호(현 미네소타 트윈스)였다. 불과 2경기 1이닝만 소화한 신출내기 투수에게 박병호는 큰 산이었다. 하지만 김원중은 박병호를 오히려 압도했다. 먼저 2스트라이크를 잡아내며 볼 카운트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결국 1B2S에서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는 담력을 과시했다. 당시 김원중은 “타자가 서 있을 때 더 공을 편하게 던지는 것 같다. 실전에 강하다”고 대범한 자기 자신을 설명했다.
이후 김원중은 1라운드 지명 선수의로서 희망을 보였다. 어깨 부상에서 회복하고 상근 예비역 군 복무 이후 맞이한 첫 시즌에서 15경기(20⅓이닝) 1홀드 21피안타(1피홈런) 20탈삼진 15볼넷 평균자책점 5.75로 1군에 연착륙했다.
하지만 선발로 시즌을 준비한 올 시즌, 김원중의 데뷔 첫 해의 호기로움은 사라졌다. 지난달 12일 잠실 LG전에서 선발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3이닝 동안 6개의 볼넷을 남발하며 3실점을 기록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당시 1회초 타선이 4점의 득점 지원으로 김원중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하지만 1회에만 4개의 볼넷을 헌납하며 곧장 3점을 허용했다. 결국 김원중이 타자들과 맞붙지 못하자 조기에 강판될 수밖에 없었고 팀은 초반 유리한 흐름을 잇지 못하고 연장 접전 끝에 11-12로 패하고 말았다.
애초에 김원중은 제구가 좋은 편은 아니다. 아직 젊은 강속구 투수에게는 어쩔 수 없이 따라다니는 불안요소다. 지난해 20⅓이닝에서 15개의 볼넷을 허용해 9이닝 당 볼넷은 6.64개에 달한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도 썩 좋은 제구를 선보이지 못했다. 25⅓이닝 동안 16개의 볼넷을 허용해 9이닝 당 볼넷은 5.64개. 지난해 1군 무대에서 활약할 때보다는 1개가 줄어들긴 했다.
하지만 제구 불안을 상쇄한 것은 지난해 박병호를 상대할 때처럼, 기죽지 않고 타자들과 맞붙을 수 있는 싸움닭 기질과 배짱이었다. 볼넷도 많이 내줬지만 이닝 당 1개에 육박하는 20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제구는 좋지 않아도 자신감 있게 상대 타자들에게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LG전에서는 지난 시즌 보여줬던 김원중의 싸움닭 기질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제 김원중은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두 번째 선발 기회를 얻는다. 김원중에게 필요한 것은 싸움닭의 모습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