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토미존... 7개월간 피나는 노력
ITP 돌입, “마무리캠프 정상 소화가 목표”
SK 사이드암 백인식(29)의 오른쪽 팔꿈치에는 크고 작은 상처가 세 개가 있다. 팔꿈치 수술을 세 번 받았다는 의미다. 그 와중에 백인식의 오른 팔꿈치를 지탱하는 인대는 계속 바뀌었다. 결코 순탄하지 않은 야구 인생을 상징한다.

태어날 때 받은 팔꿈치 인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끊어졌다. 어린 나이에 팔꿈치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았다. 최근에는 “수술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라는 비판론도 있지만,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수술이었다. 첫 번째 상처가 생긴 계기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2013년 5승5패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하며 SK 마운드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백인식은 2014년과 2015년 부진했다. 선발진의 한 축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2년간 1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팔꿈치가 다시 불안해진 탓이었다. 결국 지난해 가을 다시 수술을 결정했다. 토미존 서저리에 앞서 팔꿈치에 웃자란 뼈를 깎아냈고, 두 번째 인대는 세 번째 인대로 교체됐다.
어깨에 비해 팔꿈치는 의학에 정복된 부위로 불리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차가 있다. 여기에 첫 번째 수술과 두 번째 수술은 또 다르다. 회복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백인식도 그런 절차를 거쳤다. 보통 토미존 서저리를 받은 선수들은 5개월 정도의 피나는 재활을 거치면 팔 각도가 상당 부분 회복된다. 그러나 백인식은 남들보다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이 7개월이나 걸렸다.
두려웠다. 백인식은 “속도가 너무 느려 불안했다. 다시 예전처럼 던질 수 없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고 털어놓는다. 다행히 지금은 어느 정도 회복돼 희망이 보이고 있다. 백인식은 최근 단계별투구프로그램(ITP)을 시작했다. 현재는 가장 기초적인 21m 단계다. 백인식은 “ITP가 다음 달 정도에는 끝날 것 같다. 그 때부터는 본격적인 피칭이 가능할 것 같고, 9월 복귀를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백인식은 프로에서 많이 던지지 않은 투수다. 그런데도 팔꿈치에 탈이 났다. 평소 백인식의 훈련 스타일과 연관이 있다는 평가다. 안 될 때는 될 때까지 던지는 유형이다. 이에 김경태 코치를 비롯한 2군 지도자들이 백인식이 쥐고 있는 공을 강제로 뺏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이제는 두 번째 토미존을 받은 투수다. 백인식도 예전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좀 더 신중하게, 천천히 재활을 진행 중이다. 마음도 조금은 여유로워졌다.
어차피 올 시즌 1군 복귀는 사실상 물 건너 갔다. 백인식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백인식은 “일단 올해 마무리캠프에서 정상적으로 공을 던지는 것이 목표다. 급하게 하지는 않겠다”라면서 “2군 일정 막판에 공을 한 번이라도 던져보는 것도 목표”라고 이야기했다. 다행히 ITP 단계는 순조롭다는 게 긍정적인 부분이다. 백인식도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만큼 이번 재활에 자신의 선수 생명을 걸었다.
백인식은 수술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설마 또 수술을 하겠는가. 새 걸로 갈아 끼었으니, 앞으로는 더 힘차게 던져보겠다”라고 애써 미소 지었다. 백인식은 사이드암으로 145㎞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매력 있는 자원이다. 선발과 불펜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재질도 있다. 백인식의 세 번째 인대와 여유로워진 심장이 이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낸다면, SK 마운드도 또 하나의 다크호스를 확보할 수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