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범, 한화 이적 후 최고투 '첫 승'
여전히 좋은 구위, 꾸준한 활약 중요
개막 39경기 만에야 나온 한화의 토종 투수 첫 선발승, 주인공은 개막전 선발투수 송은범(32)이었다.

송은범은 지난 20일 대전 kt전에 선발등판, 6⅔이닝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한화의 승리를 이끌었다. 9번째 등판에서 거둔 시즌 첫 승으로 한화 토종 투수로는 첫 선발승과 퀄리티 스타트를 동시에 달성했다. 허리 수술을 딛고 돌아온 김성근 감독의 복귀전에서 '애제자' 송은범이 믿음에 보답하는 투구로 승리를 안겼다.
한화 이적 후 개인 최다이닝이자 첫 선발 무실점 투구였다. 최고 148km 최저 139km 직구(55개) 중심으로 최고 138km 슬라이더(37개) 체인지업(4개) 커브(3개) 등 변화구도 적절하게 섞어 던졌다. 과거 SK에서 한창 좋을 때였던 직구-슬라이더 중심의 투구가 돋보였다.
무엇보다 탈삼진 6개 중 5개를 직구로 뺏어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6회 신현철과 7회 윤요섭은 직구로 3구 루킹 삼진 돌려세울 정도로 바깥쪽·몸쪽으로 낮게 공격적인 투구가 돋보였다. 김성근 감독도 "송은범이 적극적인 투구를 잘해줬다. 포수 차일목의 리드도 좋았다"고 칭찬했다.
차일목은 "내가 특별히 한 것이 없었다. 경기 전 이야기한 대로 잘 됐는데 은범이 공 자체가 워낙 좋았고, 제구도 낮게 잘됐다. 주자가 나가서도 자신의 투구를 했다"며 "사실 오늘뿐만 아니라 올해 전체적으로 투구 내용이 괜찮았다. 아픈 데도 없고, 공이 좋기 때문에 앞으로도 잘할 것이다"고 기대했다.

차일목의 말대로 송은범은 올 시즌 아직 크게 무너진 적이 없다. 9경기 중 5실점·4실점이 1경기씩 있었을 뿐 나머지 7경기는 모두 3실점 이하로 막았다. 3실점 이하 선발투수가 6회 끝나기 전 내려가는 퀵후크가 무려 7번으로 나쁘지 않은 투구에도 일찍 교체되는 경기가 많았다. 불펜을 일찍 가동하는 한화의 마운드 운용 특성에 따라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날 99개의 공으로 6⅔이닝을 던진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송은범은 "승리한 것보다 5이닝 이상 길게 던진 것이 더 좋다. 5회를 마치지 못하고 내려온 적이 많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선발투수로서 많은 이닝을 던지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이날만큼은 그 짐을 씻은 듯 날렸다.
김성근 감독도 이날 경기 전 송은범을 불러 "9회까지 던져라"는 농담을 할 정도로 이닝 소화에 기대를 표했다. 9이닝은 아니더라도 어느 때보다 값진 6⅔이닝 투구였다. 9경기 만에 이룬 첫 승도 의미가 있지만, 그보다 6⅔이닝을 소화한 것이 더 중요했다. 앞으로도 꾸준히 활약을 이어가는 게 송은범의 과제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