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불가·위장경쟁’ 양상문의 임정우 클로저 만들기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05.21 05: 58

‘LG NEW 수호신’ 임정우, 경기 거듭할수록 구위·제구·안정감 동반상승
양상문 감독, 트레이드 유혹에도 임정우 지키며 일찍이 마무리로 낙점
LG 트윈스의 리빌딩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기대만큼이나 우려가 컸지만, 젊은 선수들이 경기를 거듭할수록 자신감을 갖고 그라운드에 선다. 유망주의 무덤이라 불리던 LG에 거대한 희망이 피어나는 중이다.

현재 LG는 선발진 한 자리에 이준형, 마무리투수에 임정우, 그리고 외야진 한 자리에 채은성을 꾸준히 투입하고 있다. 셋 다 뚜렷한 성과를 내면서 LG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데, 특히 임정우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시간이 흐를수록 구위와 제구가 날카로워지면서 이제는 특급 마무리투수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4월초에만 조금 흔들렸을 뿐, 최근에는 상황을 가리지 않고 팀 승리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대로라면 LG는 앞으로 10년을 책임질 새로운 수호신을 얻게 된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지만, 향후 임정우가 국가대표팀 태극마크를 다는 모습도 예상할 수 있다. 리그에서 가장 어린 마무리투수임에도 구위와 배짱, 그리고 스테미너는 누구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특히 커브의 완성도는 리그 최정상급이다.
사실 임정우의 잠재력은 이전부터 꾸준히 언급되곤 했다. 특히 트레이드 협상이 진행될 때마다 모든 팀이 임정우 영입을 바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그런데 양상문 감독은 LG와 관련된 트레이드 루머가 돌면 “상대가 정우를 달라고 하는데 안 된다. 정우를 어떻게 주나. 절대 줄 수 없다”고 못박았다.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에서 넥센으로 이적한 채태인이 양 감독에게 “왜 저를 데려가지 않았나요?”라고 농담을 전하자 “너를 데려가려면 정우를 줘야 했다. 너라면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양 감독은 임정우 트레이드 불가원칙을 고수하면서 임정우의 잠재력을 하나씩 열어갔다. 지난해 중반까지는 임정우를 선발투수로 기용했다가, 후반에는 셋업맨, 봉중근이 선발투수로 전환한 후에는 마무리투수의 임무를 맡겼다. 임정우는 “워낙 여러 자리를 오가서 힘든 점도 있었는데, 지금은 당시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마무리투수지만 8회에 마운드에 올라 아웃카운트 4, 5개를 잡는 것도 문제가 없다. 체력적으로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진행된 임정우와 정찬헌의 마무리투수 경쟁도 실은 어느 정도 계획된 일이었다. 양 감독은 지난 3월 31일 임정우를 올 시즌 마무리투수로 확정지으며 “사실 스프링캠프 전부터 정우에게 마무리를 맡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마무리 자리를 확정지으면 정우가 부담을 느낄 것 같아 누구에게도 이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찬헌이를 마무리로 더 부각시킨 것도 정우가 편한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애초에 양 감독은 마무리투수 임정우·셋업맨 정찬헌의 시나리오를 그려놓고 있었던 것이다. 양 감독은 시즌 초반 임정우가 흔들릴 때도 베테랑 이동현을 임정우 뒤에 대기, 임정우에게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기도 했다.
임정우는 올 시즌 20경기 21이닝을 소화하며 2승 1패 8세이브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하고 있다. 지금 페이스라면, 마무리투수 풀타임 첫 해 30세이브도 가능하다. 임정우는 “이제 마무리투수가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경기를 끝냈을 때 마무리투수만 느낄 수 있는 느낌도 받는다”며 “예전에는 장타력이 있는 타자와 상대할 때 자신감이 부족했고, 유인구를 많이 던졌는데 지금은 직구가 좋아서 힘으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해내야하는 일은 해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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