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볼 비율 70.4% 극단적으로 높아
‘타구질 문제’ 대두, 자신감만이 해결책
김현수(28·볼티모어)는 올 시즌 12경기에서 타율 3할7푼9리, 출루율 4할5푼5리, OPS(출루율+장타율) 0.868을 기록하고 있다. 극도로 제한된 기회 속에서 객관적인 전통적 기록만 놓고 보면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4월 6경기 출전에 그친 김현수는, 아직 5월이 열흘 남아 있는 상황에서 같은 경기에 출전했다. 타수도 비슷하다. 조금씩 팀 내 평가가 개선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이 성적에 비해 경기에서 남긴 임팩트는 그리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시원한 타구가 부족하다.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의 완고한 고집을 꺾지 못하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김현수는 전형적인 홈런 타자가 아니다. 볼티모어도 김현수에게 홈런을 기대하고 영입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호쾌한 타구가 나오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공이 떠야 안타의 확률이 높아짐은 물론 장타도 나온다. 하지만 김현수는 뜬공보다는 땅볼이 압도적으로 많다. 아직 2루타 이상의 장타가 하나밖에 없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통계 전문 사이트인 ‘팬그래프닷컴’에 의하면, 김현수는 20일(한국시간)까지 70.4%의 땅볼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20타석 이상 소화한 MLB 선수 중 6번째로 높은 비율인데 문제는 김현수 앞에 위치한 5명 중 4명은 투수들이다. 땅볼/뜬공 비율은 6.33에 이르며 이는 MLB 야수 중 가장 높다. 내야안타 비율 또한 21.1%로 9위다. 김현수는 발이 빠른 선수가 아니다. 내야안타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운이 따르고 있음을 의미한다.
KBO 리그 시절인 지난해 김현수는 땅볼이 146개, 뜬공이 145개였다. 땅볼과 뜬공의 비율이 거의 비슷했다. MLB에서 땅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는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당시부터 꾸준히 지적된 문제이자, 쇼월터 감독이 김현수를 외면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그리고 김현수의 문제점은 아직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땅볼이 많다는 것은 공을 강하게 맞히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김현수의 강한 타구 비율은 22.2%에 불과하다. 중간 정도 강도의 타구는 40.7%, 빗맞은 약한 타구가 37%에 이른다. 통계적으로 김현수가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나가는 유인구에 터무니없는 스윙을 하거나 헛스윙 비율이 높은 것은 아니다. 자신의 히팅존은 유지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정작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하고 있다.
김현수는 10년 넘는 프로경력이 있는 완성된 타자다. 기술적인 부분이 완벽할 수는 없어도, 그렇다고 급격하게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 결국 자신감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김현수는 올 시즌 초반 “스프링캠프 당시에는 결과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았고, 내 스윙을 할 수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지금도 결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부인할 수 없이 김현수는 벤치 신세다. 그 벤치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좋은 타율’과 ‘좋지 않은 타구질’의 상관관계를 찾으려는 것은 현지도 마찬가지다. 미 스포츠전문매체 ESPN도 김현수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이에 김현수는 “한국에서는 자신감 있는 스윙을 했지만 여기서는 그렇지 못하다. 준비 동작이 다소 느린 것이 땅볼이 많은 결과를 낳고 있다”라고 답했다. ESPN은 “직선타, 즉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그렇지 않으면 기회를 더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외면의 시간은 길어질 수 있다. 다만 타격이라는 것은 어떤 하나의 계기를 통해 모든 것이 바뀌기도 한다. 그리고 운은 강한 타구가 나올 때 더 자주 따르는 법이다. 김현수가 심리적인 압박을 이겨내고 어떠한 한 번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