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현장분석] 완봉 후유증? 우규민, 3연속 조기 강판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5.21 21: 16

완봉승, 혹은 대기록을 세운 선수들이 그 다음 경기에서 부진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기본적으로 그 경기에 많은 에너지를 쓴 것도 있고, 그 잔상이 쉽게 가라앉지 않기 때문이다. 남길 것은 남기고, 나머지는 재빨리 잊는 것도 하나의 덕목이다.
우규민(31·LG)은 적어도 외관상, 후유증을 겪고 있다. 우규민은 지난 4월 26일 대구 삼성전에서 2피안타 7탈삼진 완봉승을 거뒀다. 만만치 않은 삼성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개인 두 번째 완봉승을 챙겼다. 시즌 초반 비교적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었던 우규민의 컨디션이 정점을 찍는 날이었다.
그러나 그 후 투구 내용이 좋지 못하다. 다소 운이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우규민답지 않은 내용이라는 평가다. 5월 4일 두산전에서는 4이닝 6실점으로 고전했고, 5월 10일 삼성전에서는 3이닝 동안 10개의 안타를 얻어맞으며 5실점했다. 양상문 감독은 우규민이 재빨리 반등하길 바랐지만 21일에도 내용은 쉬이 나아지지 않았다.

우규민은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3⅔이닝 동안 홈런 두 방을 포함해 7피안타 2볼넷 3탈삼진 5실점하고 조기 강판됐다. 투구수가 69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LG 벤치가 조기 강판을 결정했을 정도로 전체적인 구위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평균자책점은 종전 4.30에서 5.01까지 치솟았다. 
우규민은 KBO 리그에서 가장 좋은 제구력을 보여주는 선수 중 하나다. 하지만 이날은 특유의 칼 같은 제구가 다소 무뎌진 듯한 느낌을 줬다. 코너워크를 잘 이용하는 선수지만 가운데 몰린 공이 적지 않았다. 1회 대니 돈에게 허용한 투런포는 가운데 몰리는 공이었다. 2회 김하성에게 허용한 솔로포는 김하성이 기본적으로 잘 친 공이어서 논외로 해도 가운데 몰린 공이 족족 안타로 이어지는 등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
좋은 제구력을 가지고 있는 우규민은 또한 변화가 심한 볼끝, 그리고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좋은 각도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주무기로 한다. 좋을 때는 겉으로 볼 때도 변화가 심하게 느껴지는 공이 있을 만큼 움직임이 좋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변화구의 각도가 무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규민이 빠른 구속을 무기로 하는 선수는 아니라 변화가 무뎌진다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일시적으로 힘이 떨어졌을 수도 있고, 매커니즘의 미묘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이날 우규민의 최고 구속은 141㎞였고 평균은 130㎞ 중·후반대에 형성됐다. 아직 위기를 논할 정도의 수준까지는 아니다. 미니 슬럼프에 빠진 우규민이 LG 토종 에이스로서의 면모를 언제쯤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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