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롱릴리프에서 추격조-준필승조 역할까지 소화
붕괴된 토종 선발진에서 활용도 높일 수 있는 기회
잇따른 토종 선발의 붕괴에 롯데 자이언츠가 시름시름 앓고 있다. 토종 선발진의 텃밭 자체가 폐허가 됐다. 이 가운데서 박진형(22)이 기회를 잡았다. 박진형에겐 기회다.

박진형은 2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6차전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박진형은 강릉고를 졸업하고 2013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롯데에 지명됐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퓨처스리그 22경기 3승1패3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3.98을 기록했고 이를 바탕으로 1군 무대까지 진입했다.
올해 박진형은 전천후 투수로 활약했다. 1군 시작은 롱릴리프에 가까웠다. 그러나 롱릴리프에서 활약을 펼치자 등판하는 시기도 달라졌다, 추격조의 역할, 그리고 필승조에 준하는 신분으로 차츰 격상됐다. 올시즌 13경기(17⅓이닝) 2홀드 평균자책점 3.12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박진형은 이제 단순한 신예가 아닌, 1군에서 알토란같은 역할을 해주는 투수로 거듭났다.
그런 가운데서 박진형은 선발 기회까지 얻었다. 지난 17일 인천 SK전 선발 송승준이 조기에 강판된 뒤 두 번재 투수로 올라와 3⅔이닝 3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 역투를 펼쳤다. 당시 투구수는 73개였다. 조원우 감독이 박진형에게 선발 기회를 부여할 것을 암시하는 투구였고, 결국 22일 선발 투수로 낙점됐다. 박진형은 자신의 1군 무대 첫 선발 등판이다.
일단 박진형에겐 부담이다. 일단 팀이 두산과의 주말 3연전 열세 3연전을 확정지었다. 스윕 위기에서 등판한다. 아울러 두산 선발 투수는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다.
반대로 얘기하면 박진형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롯데의 토종 선발 투수진은 폐허가 됐다. 이번 주 송승준이 등판했지만 어깨 통증이 발생했다. 햄스트링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상동구장으로 향했다.
여기에 선발 전환 후 3연승을 달린 뒤 2경기 연속 난조를 보였던 이성민도 선발진에서 빠졌다. 체력과 구위 모두 현격하게 떨어졌다. 이성민의 대체자 역할로 19일 사직 두산전 선발 등판한 김원중은 3이닝 5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여기에 그나마 믿을 수 있었던 박세웅마저 기복을 보이면서 21일 사직 두산전 4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토종 선발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난조에 빠지면서 롯데 선발진에서 온전한 토종 선발 투수를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박진형에게는 역설적으로 기회일 수 있다. 이미 불펜진으로 쓰임새는 확인했다. 패기있게 마운드에서 버텼다. 빠른공 최고 구속은 140km 초반대에 머물렀지만 위닝샷인 포크볼이 1군 무대에서 경쟁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여기에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선발 투수로까지 역할을 다한다면 박진형은 1군에서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다. 비록 선발 투수로 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만약 로테이션에 포함되더라도 쉽사리 선발진에 안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일단 팀과 개인 모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게 된다.
과연 박진형이 폐허 속의 토종 선발진에 단비를 내려줄 수 있을지, 아니면 그저 가능성 있는 젊은 투수로만 남을지 주목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