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12회, 야수 14명 모두 다 소모
유격수 출신 로저스, 출전불가 상태
5시간32분, 올 시즌 최장시간 경기는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으로 끝났다.

지난 21일 대전 kt-한화전. 한화가 연장 12회말 2사 1루 마지막 타석에서 꺼내든 카드는 투수 이태양이었다. 프로 데뷔 첫 타석. 이태양은 김사율의 변화구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 채 3구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 한화는 kt와 연장 12회 접전 끝에 8-8 무승부로 비겼다. 어쩌다 이태양이 마지막 순간에 깜짝 대타로 나오게 된 것일까.
▲ 김경언 부상, 꼬인 실타래
이날 한화는 엔트리에 등록된 야수 14명을 모두 소모했다. 선발 라인업에 든 9명에 이어 교체 선수로 포수 조인성, 내야수 강경학·오선진, 외야수 김경언·김원석 5명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나 6회말 첫 야수 교체 때부터 꼬였다. 4-5로 역전당한 6회말 김경언이 8번 포수 차일목 타석에 선두타자 대타로 나왔지만 뜻하지 않은 사구 부상을 입으며 꼬이기 시작했다.

kt 투수 조무근의 4구째 146km 직구가 김경언의 왼쪽 종아리를 강타한 것이다. 사구 직후 김경언은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한 채 경기에서 빠졌고, 대주자 강경학으로 교체됐다. 결국 득점 없이 7회초 수비에서 강경학이 빠지며 조인성이 포수로 들어갔다. 예기치 못한 김경언의 사구 부상 때문에 교체 멤버 2명을 소모한 것이 뼈아팠다.
이어 7-7 동점으로 맞선 9회초에는 내야 수비 강화 차원에서 3루수 송광민을 빼고 오선진을 투입했다. 송광민이 8회말 2사 만루 찬스에서 루킹 삼진을 당한 직후이기도 했다. 비록 삼진을 당했지만 연장 승부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팀 내 리딩히터를 뺐다. 물론 오선진은 수비에서 땅볼 아웃을 하나 처리했고, 11회말 보내기 번트로 동점 발판을 마련했다.
▲ 12회초 더블 스위치
승부가 연장전으로 넘어간 뒤 한화에 남은 야수는 김원석밖에 없었다. 한화는 7-8로 뒤진 연장 11회말 선두타자로 나온 4번 김태균이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가자 김원석을 대주자로 기용했다. 김원석은 오선진의 희생번트 때 2루, 하주석의 3루 강습 내야 안타 때 3루 진루한 뒤 조인성의 우전 적시타에 홈을 밟으며 동점 득점을 올렸고, 승부는 결국 마지막 12회까지 흘러갔다.
연장 12회초 수비에서 한화는 더블 스위치를 했다. 대주자 김원석을 빼며 4번 타순에 투수 장민재를 넣고, 윌린 로사리오를 1루수로 투입하며 지명타자 자리를 소멸시켰다. 김원석을 우익수나 좌익수로 보내며 11회말에 9번 타석이 마무리된 장민석을 빼면 투수가 9번 타석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한화의 벤치는 12회초 수비에서 우익수 장민석의 활용을 우선시했다. 어쩌면 4번 타순에서 김원석을 믿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한화는 12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1번 정근우부터 시작하는 타순이었다. 4번 타석에서 중요한 찬스가 걸릴 수 있었다. 1~2번 정근우와 이용규가 범타로 물러나며 투아웃이 됐지만 일발 장타력이 있는 3번 로사리오 타석이 되자 kt 배터리는 일찌감치 고의4구로 승부를 피했다. 다음 타자가 투수 장민재였고, 더는 남은 야수가 없었다. kt가 로사리오와 승부할 이유가 없었다.

▲ 로저스 아닌 이태양 왜?
한화는 12회말 2사 1루 4번 타석에서 투수 장민재를 뺐다. 야수를 모두 쓴 상황, 경기에 나서지 않은 투수 중에서 누군가 대타로 기용해야 했다. 경기에 나서지 않은 투수는 이태양·송은범·송신영·김용주·김범수 그리고 에스밀 로저스가 있었다. 팬들은 로저스의 대타를 기대했다. 그도 그럴 게 로저스는 메이저리그에서 내셔널리그 경기에서 통산 63타석 경험이 있다. 53타수 11안타 타율 2할8리 1타점으로 2루타 3개 있었다.
2006년 콜로라도 로키스와 계약 당시 유격수 출신이기도 한 로저스라면 타격에서 조금 더 기대를 가져 볼 만했다. 하지만 타석에 들어선 건 의외로 이태양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1군 엔트리 27명 중 당일 경기 출전 선수는 25명으로 2명은 뛸 수 없게 되어있다. 이른바 '세모(△) 선수'로 이날은 전날 선발 송은범과 그 전날 선발 로저스가 출전 불가 선수로 분류돼 있었다.
오른손 투수이지만 타격은 왼손으로 하는 우투좌타 이태양이라면 우완 김사율과 대결에서 조금이나마 더 유리할 것으로 보고 그를 대타로 썼다. 그러나 2010년 프로 데뷔 이후 첫 타석에 들어선 이태양에게 김사율의 변화구는 마구였다. 12회말 마지막 타자가 된 이태양은 22일 kt전 선발투수로 1회초 경기 시작을 알린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