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뱅크’ SK 컨디셔닝, 상위권 숨은 공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5.22 10: 55

인천SK행복드림구장의 깊숙한 곳에는 선수들이 자주 찾는 비밀공간이 있다. 야구장 내 시설이라고 하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이질적인(?) 분위기로 가득한 곳이다. 최근 들어 선수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바로 컨디셔닝룸이다. 대개 컨디셔닝룸이나 트레이닝룸은 선수들이 마사지를 비롯한 치료를 받거나 훈련 뒤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편안한 분위기보다는, 병원의 응급실 느낌이 난다고 보면 된다. SK도 최근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컨디셔닝 파트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 결과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마치 집에서 쉬는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 놨다. 외관만 봐도 기존 트레이닝룸의 딱딱함이 확 사라졌다.
홈팀의 경우 경기를 앞두고 훈련이 끝나면 선수들은 자신의 루틴대로 움직인다.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다스리는 선수들이 있는가하면, 토막잠을 청하는 선수들도 있다. 컨디셔닝룸은 그런 선수들이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만들어졌다. 컨디셔닝 파트 관계자는 “선수들이 마음 편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한 결과 이런 컨디셔닝룸을 만들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선수들이 푹신한 침대에 누워 아예 낮잠을 청할 수 있게끔 했고 치료를 받는 선수들도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심리적인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했다. 선수들은 “마치 마사지샵에 온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이다”라고 컨디셔닝룸에 대한 호평을 아끼지 않는다.
신경 쓴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스피커를 따로 구매해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재즈나 클래식 음악을 튼다. 밝은 조명은 눈에 피로감을 준다는 이유로 치워버렸다. 대신 스탠드를 이용해 안락한 느낌을 조성한다. 아로마, 허브 등 향초까지 들여오는 등 모든 것에 꼼꼼히 신경을 썼다.
선수들의 체력 보충을 위한 아이디어도 끊이지 않는다. 박창민 코치는 미국 유학 시절 미 프로농구(NBA) 밀워키 벅스에서 원정팀을 돕는 봉사활동을 했었다. 그때 LA 레이커스가 전반전이 끝나면 선수들 라커에 개인별로 체력 보충 쉐이크를 마련해줬던 것을 눈여겨봤다. SK 선수들도 NBA 명문구단인 레이커스 선수들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 5회 클리닝타임 전후에는 덕아웃 근처에 영양 쉐이크가 배달된다.
박창민 코치가 직접 제조하는 영양 쉐이크는 단백질과 비타민 위주다. 단순히 물만 섭취하는 것보다는 더 큰 도움이 된다. 박 코치는 “단기적으로 큰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선수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으로 올 시즌부터 시작했다”라고 말한다. 쉐이크는 불티나게 팔린다. 외국인 선수들도 단골손님이다.
이진석은 “코치님께서 매 경기 신경 써서 만들어주시는데 5회 이후 교체타임에 언제든 마실 수 있어서 좋고 든든하다. 마시면 건강해진 느낌이고 좋은 영향이 있을 것 같아서 꼬박꼬박 챙겨 마신다. 항상 고생하시는 코치님께 감사드린다”라고 웃었다.
프로야구가 144경기 체제로 확대되면서 선수들의 체력 관리와 부상 방지는 큰 화두가 됐다. SK도 트레이닝 및 컨디셔닝 파트가 지난해부터 선진 문물을 대거 들여오면서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 김용희 SK 감독도 “트레이닝·컨디셔닝 파트가 팀 전력 유지에 결정적인 공을 세우고 있다”라고 극찬한다. 기술적인 부분을 지도할 코칭스태프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몸을 관리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생각이다.
실제 SK는 지난해 타 팀에서는 속출했던 햄스트링 및 종아리 부상자가 거의 없었다. 주로 앞으로만 뛰는 야구선수들이 소홀히 할 수 있는 훈련까지 꼼꼼하게 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스윙 도중 부상을 당한 김강민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부상자가 없다. 객관적인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SK가 지금까지도 상위권에서 버틸 수 있는 결정적인 힘이다.
한편으로는 트레이닝·컨디셔닝 파트의 노력 덕에 올 시즌은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힘이 다 좋아졌다. 리그 선두를 다투는 팀 홈런을 보면 이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 정의윤이나 최정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벌써 홈런 4개를 때린 김성현은 지난해 웨이트트레이닝의 효과를 가장 많이 본 선수로 손꼽힌다. 투수들도 모두 건강하게 시즌을 보내는 중이다. 한때 부상 병동의 오명을 쓰기도 했던 SK가 '숨은 공신'들의 아이디어 속에 점점 그 이미지를 탈피해가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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