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실책’ SK, 프로 이름 부끄러웠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5.22 17: 09

4월까지만 해도 무난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었던 SK의 수비가 5월 들어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다. 이제는 붕괴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표류라는 단어가 아른거린다.
SK는 22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무더기 실책을 저지르며 4-7로 졌다. 실책 및 실책성 플레이의 대부분이 실점으로 이어지며 추격 흐름을 완전히 놓쳤다. 위닝시리즈도 가져갈 수 있었던 흐름에서 실책이 속출하며 주저앉았다. 그나마 내일이 휴식일인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1회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0-1로 뒤진 1사 2사에서 나지완의 높게 뜬공을 2루수 김성현이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며 찜찜하게 주자를 내보냈다. 선발 크리스 세든이 이범호를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서동욱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실점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실책 후 투수가 실점을 막아줬다면 야수들이 더 집중을 해야 했다. 그러나 SK 야수들은 갑자기 더워진 날씨 탓이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내야 및 외야에서 소나기 실책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실책이 실점으로 이어지며 이날 경기를 내줬다. 원정까지 따라와 열정적인 응원을 벌인 팬들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할 경기였다.
3회 실책을 틈타 2점을 내 역전에 성공한 SK는 3회 수비에서 곧바로 실책을 저질렀다. 선두 김호령의 3루수 방면 타구 때 3루수 최정이 송구 실책을 저질렀다. 내야안타 및 실책으로 기록됐다. 타자를 잡겠다는 의욕만 앞섰다. 이는 김민우의 희생번트에 이어 김주찬의 동점 중전 적시타로 이어졌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 상황에서 나왔다. 1사 1,2루에서 KIA가 기습적인 더블 스틸을 시도했다. SK 포수 김민식은 스타트가 빨랐던 2루 주자 김주찬을 포기하고 1루 주자 나지완을 잡기 위해 2루를 선택했으나 송구가 높았다. 3루에 간 김주찬이 홈을 밟았다. 여기서 백업을 들어온 중견수 김재현의 3루 송구조차 뒤로 빠지며 나지완까지 득점했다. 단숨에 2점을 내줬다.
김민식의 송구가 좋지 않았던 것이 1차적인 문제였고, 김재현도 3루로 뛰던 나지완을 잡기 위해 너무 욕심을 부린 나머지 송구가 떴다. 투수 크리스 세든도 이런 상황을 예상치 못하고 3루 백업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내·외야의 집단 멘붕 속에 KIA는 공짜로 2점을 얻었다.
3-4, 1점차로 뒤진 6회에는 믿었던 조동화가 연이은 실책을 저질렀다. 선두 이범호의 타구는 우익수 방면에 뜨는 평범한 타구. 그러나 공이 해에 가리며 조동화가 이를 포구하지 못했고 이범호는 2루까지 들어갔다. 세든의 어깨에 힘을 뺄 만한 플레이였다. 결국 이는 서동욱의 희생번트에 이어 김주형의 좌전 적시타로 이어졌다.
그 다음 1사 1루 상황에서는 이성우의 우전안타 때 조동화가 다시 공을 뒤로 흘리며 3루로 뛰던 김주형이 그대로 홈에 들어왔다. 3-4로 따라가던 흐름이 실책 및 실책성 플레이 2개에 갑자기 KIA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양상으로 돌변했다. 김용희 SK 감독은 조동화를 6회 수비 도중 빼는 이례적인 문책성 교체를 단행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1경기 실책이라면 사실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SK의 수비 문제는 이미 5월 들어 수차례 불안요소로 지적됐다. 마치 지진에 앞서 전조가 있는 것과 같이, 몇 차례 경고 후 이날 봇물 터지듯 터졌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SK는 이날까지 5월 이후 가진 18경기에서 실책 없이 깔끔하게 마친 경기가 단 4번에 불과하다. 그리고 18경기에서 무려 25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물론 어려운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나온 실책도 있었지만 어이없는 실책이 훨씬 더 많았다. 내야 사령관인 고메즈와 김성현부터가 흔들리고 있고 수비력이 좋은 코너 내야수들인 최정과 박정권의 수비력도 예전만 못하다. 포수 쪽도 불안감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여기에 중견수 김강민의 부상 이후 외야 수비까지 급격하게 흔들렸고 수비 폭 또한 좁아지고 있다.
SK는 4월에도 실책은 많은 편이었지만 인플레이타구의 수비 효율을 말하는 이른바 DER에서는 리그 1위를 달렸다. 연쇄 실책이 나오지 않고, 실책 이후에도 침착하게 정비를 해가며 버티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SK의 DER은 5월 들어 리그 평균 아래로 추락했다. “팀에 전혀 자극이 없다”라는 지적들이 나오는 가운데 지금이라도 재정비를 하지 못한다면 팀의 운명은 중반 이후 추락했던 지난 2년의 흐름을 답습할 수밖에 없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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