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팀에서 제대로 경기를 뛰지 못한 유럽파가 제 몫을 해줄 수 있을까. 유럽 2연전을 앞둔 울리 슈틸리케(62) 감독의 고민이다.
축구국가대표팀은 오는 6월 1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강호 스페인과 친선전을 가진다. 이어 체코 프라하로 건너가는 대표팀은 5일 홈팀 체코와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지난 3월 27일 태국 원정경기서 1-0으로 이긴 뒤 두 달 여 만에 치르는 A매치다. 슈틸리케 감독은 23일 오전 파주NFC 대강당에서 유럽원정에 참가할 선수명단을 발표한다.
그 어느 때보다 고민거리가 많다. 특히 대표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유럽파들이 문제다. 유럽 빅리거 중 꾸준히 출전해 한 시즌을 소화한 선수가 구자철(27, 아우크스부르크)과 홍정호(26, 아우크스부르크) 뿐이다. 구자철은 현재 발가락 부상을 치료 중이다.

EPL을 대표하는 손흥민(24, 토트넘)과 기성용(27, 스완지 시티)은 막판 활약이 좋았지만 시즌 중반 주전경쟁서 밀려난 시기가 길었다. 그래도 둘 모두 워낙 능력이 있는 선수라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
나머지 선수들은 경기출전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이청용(27, 크리스탈 팰리스)은 13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는 앨런 파듀 감독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가 3만 파운드(약 5060만 원)의 벌금을 물기도 했다. 그 사건 후 이청용은 완전히 눈 밖에 났다. 선수명단 포함조차 어려웠다.
공격수 지동원(25, 아우크스부르크)은 21경기를 뛰었지만 17번이 짧은 시간 교체출전이었다. 주전으로 나온 4경기서도 인상적이진 못했다. 지동원은 무득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한 때 대표팀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좌측풀백은 이제 큰 고민거리다. 김진수(24, 호펜하임)는 15경기 연속 결장하며 시즌을 마쳤다. 호펜하임은 간신히 분데스리가 15위로 강등을 면했다. 김진수에게 최악의 시즌이었다. 그는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 부임 후 거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김진수가 치른 최근의 실전경기는 지난 3월 24일 레바논과의 월드컵 아시아예선이 마지막이었다. 독일에서는 1월 31일 바이에른 뮌헨전 후 그라운드를 밟아보지 못했다.
박주호(29, 도르트문트)의 상황도 비슷하다. 부상이 겹친 그는 지난 1월 열린 묀헨글라드바흐전 이후 선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도르트문트는 분데스리가 2위를 차지하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박주호의 자리는 없었다. 그는 실전감각이 너무 떨어진 상태다.

슈틸리케 감독은 유럽파들이 23일부터 파주에서 훈련하도록 배려했다. 그만큼 컨디션이 저하된 선수들이 많다는 뜻이다. 유럽 2연전의 소득을 얻기 위해서는 유럽파들의 활약이 필요하다. 하지만 떨어진 컨디션을 짧은 시간에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슈틸리케는 부임 후 아무리 이름값이 뛰어난 선수라도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면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그렇다고 핵심인 유럽파를 명단에서 모두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 이래저래 슈틸리케 감독의 주름살이 늘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