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학의 이글아이] 누가 박정진·송창식에게 돌을 던지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5.23 06: 11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유난히 아픈 손가락이 있기 마련이다. 요즘 한화에서는 투수 박정진(40)과 송창식(31)이 그렇다. 하루가 멀다 하고 두드려 맞는 한화 마운드이지만 두 투수가 맞을 때는 유난히 속이 쓰리다. 
박정진과 송창식이 시련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박정진은 24경기 2승2패1홀드 평균자책점 7.54, 송창식은 22경기 1승1패1홀드 평균자책점 6.90으로 부진에 빠져 있다. 특히 박정진은 최근 10경기 평균자책점 15.63, 송창식도 최근 4경기 평균자책점 13.50으로 매우 심각한 수치다. 
성적만 보면 비판을 받아 마땅하지만 진정한 한화팬들은 그들에게 돌을 던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승부처에서 실점 허용으로 고개를 숙이고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마다 마음이 아리고 안타까울 뿐이다. 야구 전문가들도 두 투수의 부진을 보며 "마구잡이로 나오는데 잘 던지는 게 비정상"이라고 걱정한다. 

박정진과 송창식은 지난해 권혁과 함께 혹사 논란에 시달렸던 투수들이다. 불혹의 박정진은 76경기에서 96이닝을 소화하다 시즌 마지막 3주는 팔꿈치 통증으로 공을 못 던졌다. 수술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 송창식 역시 64경기에서 109이닝을 던졌는데 KBO리그 최초 선발등판 10경기 이상 나온 투수 중에서 구원으로도 50경기 이상 던진 투수가 됐다. 
올 시즌에도 두 선수는 등판 상황을 가리지 않고 집중 투입되고 있다. 박정진은 리그 최다 24경기 등판으로 2연투 6번, 3연투 2번으로 전체 연투가 8번으로 가장 많다. 리그 전체 우완 구원투수 중 가장 많은 22경기에 나온 송창식 역시 2연투가 6번 있었으며 구원 2이닝 이상 투구도 7경기 있었다. 필승조 투수들이지만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 등판한 게 박정진은 14경기, 송창식은 12경기. 송창식은 1~2회, 박정진은 3회 구원등판할 정도로 선발이 무너질 때마다 1~2순위로 호출됐다. 
게다가 선발을 믿지 못하는 한화 팀 특성상 불펜에서 일찍 몸을 풀며 던지는 공 개수까지 감안하면 두 선수의 피로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투수 출신 야구인은 "요즘 두 선수가 던지는 걸 보면 공을 채지 못하고 밀어 던진다. 팔각도도 많이 떨어져 있다. 힘이 떨어지면 투수 스스로 느끼지 못할 사이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투수가 지칠 때 구위 저하뿐만 아니라 제구부터 말을 안 듣는데 요즘 두 선수가 그렇다"고 지적했다. 박정진은 지난 21일 대전 kt전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고, 송창식은 시즌 9이닝당 볼넷이 무려 7.5개로 데뷔 이후 가장 나쁘다. 
무엇보다 볼 스피드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직구 구속 감소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두 투수는 직구 평균 구속이 나란히 138.6km였는데 올해는 박정진이 134.8km, 송창식이 137.3km로 하락했다. 아직 시즌은 103경기가 더 남아있는데 벌써부터 막바지가 된 것처럼 지친 모습이다. 앞으로가 더욱 걱정되는 상황이다. 
박정진과 송창식은 데뷔 후 줄곧 한화에만 몸담고 있다. 한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고, 개인 기록보다는 팀을 먼저 앞세워 왔다. 지난해 누가 봐도 혹사라는 우려 속에서도 마운드에 계속 오른 이유로 "한화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박정진은 "몸이 아프지만 않으면 자신 있다. 내 나이에 아프면 끝이기 때문에 풀타임을 던져야 한다"고 각오를 불태웠다. 송창식도 "지금까지 보직에 관계없이 던져왔다. 어느 자리든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혹사 후유증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무서웠고, 팀은 독보적인 최하위로 추락해 있다. 불펜 붕괴의 영향이 크지만 우직하게 공을 던져온 두 선수에게 누가 돌을 던지랴. 책임 물을 사람은 따로 있다. /한화 담당기자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