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규진, 7년만의 선발 5이닝 3실점 호투
불펜 난조, 선발승 불발에도 동료들 감싸
"승리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화 우완 투수 윤규진(32)은 지난 21일 대전 kt전에서 7년 만에 깜짝 선발등판했다. 최고 148km 강속구 위주 공격적인 투구로 5이닝 4피안타 4볼넷 6탈삼진 3실점 역투를 펼쳤다. 팀이 4-1로 리드한 6회 무사 1·3루에서 마운드를 내려가 12년만의 선발승 요건을 갖췄다.
그러나 박정진과 송창식이 3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며 역전을 허용했고, 그와 동시에 윤규진이 기대한 12년만의 선발승도 날아갔다. 두 투수 모두 기대이하 투구로 덕아웃에 내려온 뒤 윤규진 양 옆에 앉아 고개를 숙였다. 1년 후배 송창식은 윤규진에게 미안하다고 말했고, 윤규진은 말없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이튿날 윤규진은 "나도 그동안 불펜에서 계속 던졌고, 선발투수의 승리를 지키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럴 때 선발투수에게 정말 미안하다. 나도 그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선발승이 날아간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주자를 남겨 놓고 내려간 만큼 내가 잘못"이라고 자책했다.
윤규진의 깜짝 선발은 김성근 감독의 권유 때문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윤규진에게 "불펜에서는 연투가 부담이 있는 것 같다. 선발투수로 볼 개수를 많이 던지며 조절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고, 컨디션이 떨어져있던 윤규진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결과까지 좋게 나오면서 윤규진도 제 페이스를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윤규진은 "선발은 너무 오랜만이라 감회랄 것도 없었다. 몸을 풀 때부터 적응이 안 되서인지 긴장이 됐다. 다행히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공을 많이 던져서인지 선발로도 크게 무리가 되지 않았다. 6회 정민태 투수코치님이 처음 올라왔을 때도 몸 상태가 좋아 더 던지고 싶다고 했다"며 "자고 일어나니 어깨가 조금 뭉쳤지만 아픈 건 아니다. 좋지 않은 느낌은 전혀 없다"고 만족해했다.
윤규진은 통산 335경기 중 16경기만 선발로 나왔다. 가장 마지막 선발승은 2년차 시절인 2004년 10월5일 무등 KIA전. 데뷔 첫 승도 같은 해 8월17일 대전 두산전 선발승으로 장식했다. 윤규진은 당시를 떠올리며 "완투승이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그냥 완투가 아니라 무사사구 완투였다"고 어깨를 으쓱했다. 당시 9이닝 6피안타 9탈삼진 무사사구 3실점 완투승으로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두며 잠재력을 터뜨렸다.
7년만의 선발 경기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지만 아직 붙박이 선발이 확정된 건 아니다. 김성근 감독은 윤규진의 선발투수 고정 여부에 대해 "앞으로 팀 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다. 선발 고정은 아니다"고 밝혔다. 윤규진 역시 "지금 제 자리가 선발이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직은 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직보다 중요한 건 투구 밸러스를 회복한 것이다. 윤규진은 "올해 140km대 후반 구속이 별로 없었는데 구속이 그 정도로 올라온 게 만족스럽다. 며칠 쉬고 나와서 그런지 스피드가 좋았다. 공을 많이 던지면서 제구도 잡히기 시작했다"며 "우리 구원투수 모두 어떤 상황에서 나갈지 모르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든 항상 대기하고 있다. 부담을 갖기보다 다들 열심히 하는 분위기"라며 개인적인 보직보다 팀을 위해 어떤 자리든 마다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