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외야의 핵심인 민병헌(29)이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로 보는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 레이스에서 꼭대기까지 치고 나갔다. 말 그대로 소리 없이 강한 활약이다. 하지만 팀 동료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리그 1위 두산의 MVP 집안싸움이 시작된 모습이다.
물론 WAR도 완벽한 지표가 아니고 집계하는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만큼 해석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다만 선수들의 활약을 대략적으로 살펴보고 간단히 비교할 수 있다는 편의성에 착안해 이번 순위를 집계했다. 참고용인 만큼 절대적인 맹신은 금물이다.
KBO 공식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가 제공한 WAR을 집계한 결과, 민병헌(WAR 2.82)이 가장 높은 기여도를 보여주며 팀의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병헌은 23일까지 올 시즌 42경기에서 타율 3할6푼7리, 10홈런, 3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77을 기록하며 맹활약 중이다. 최근 10경기에서는 모두 안타를 때리며 4할2푼1리의 고타율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팀 동료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올 시즌 리그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김재환(WAR 2.56)이 전체 2위로 여전히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김재환의 32경기에서 타율 3할8푼3리, 14홈런, 37타점, OPS 1.273을 기록 중이다. 조만간 규정타석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논란과는 별개로 공격 성적 자체는 민병헌에 뒤질 것이 없다.
3위는 시즌 초반부터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구자욱(삼성·WAR 2.43)으로 2년차 징크스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다. 구자욱은 41경기에서 타율 3할7푼7리로 타격 부문 2위에 올라있다. 5개의 홈런과 8개의 도루를 보태는 등 전천후 활약이다. 어느덧 MVP의 위용을 되찾고 있는 에릭 테임즈(NC·WAR 2.28)는 WAR을 쌓는 속도가 가장 빠른 선수다. 완전히 정상 궤도에 오른 만큼 MVP 2연패를 향한 발걸음이 다른 선수들을 긴장시킬 것으로 보인다.
선발 투수 중에서는 마이클 보우덴(두산·WAR 2.19)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우덴은 올 시즌 8경기에서 6승1패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 중이다. 리그 유일의 1점대 평균자책점을 보유 중이다. 그 다음으로 전체 6위가 두산 안방마님 양의지(WAR 2.15)다. 공·수에서 완벽한 모습으로 리그 최고 포수 타이틀을 향해 뛰고 있다. 두산은 전체 1위부터 6위 사이에 무려 4명의 선수를 올려놓으며 잘 나가는 집안의 위용을 과시 중이다.
7위는 에릭 해커(NC·WAR 2.09)와 오재일(두산·WAR 2.09)이 나란히 같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다만 해커는 최근 부상으로 점수를 쌓는 속도가 더디다. 그 뒤를 신재영(넥센·WAR 2.04), 김문호(롯데·WAR 2.03), 브룩스 레일리(롯데·WAR 2.00), 루이스 히메네스(LG·WAR 2.00) 등이 쫓고 있다. 투수보다는 타자들이 다소 힘을 내는 모습이다. 다만 1점대 후반 선수들이 워낙 많아 이 순위는 지금 현재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불펜 투수들의 WAR도 쌓인다. 마무리에서는 정우람(한화)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여줬고, 임창민(NC) 장시환(kt) 김세현(NC) 박희수(SK)가 그 뒤를 따랐다. 임창민부터 박희수까지는 큰 차이가 없어 언제든지 순위가 뒤집힐 수 있다. 중간 투수로는 정재훈(두산)이 가장 압도적인 WAR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불펜 투수들의 MVP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올 시즌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선수들이 적지 않아 표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