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고종욱은 최근 팀선발 라인업 변동의 중심에 서 있다.
그는 올 시즌 2번타순에 가장 많이 들어갔지만 최근에는 6번타순에도 기용되고 있다. 그가 6번에 들어갈 때는 박정음이 2번에서 테이블세터를 맡는다. 넥센의 5월 라인업은 고종욱이 2번인가 6번인가가 큰 변수 중 하나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 24일 고척 한화전을 앞두고 선발 라인업을 쭉 읊다가 6번에서 잠시 멈칫했다. "라인업을 정하면서 6번을 가장 고민했다"며 웃은 염 감독이 밝힌 이날의 6번은 고종욱이었다. 염 감독은 "종욱이가 2번이면 강공이다. 대신 정음이가 2번에 들어가면 작전이 가능하다. 쳐서 이겨야 할 때는 종욱이가 2번에, 지켜야 할 때는 정음이가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고종욱은 공격만 한다. 올해 고종욱은 희생번트가 한 개도 없다. 2번타순에서 희생번트가 없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염 감독은 "올 시즌 종욱이에게 바라는 것이 없다. 볼넷을 얻으라는 말도 안한다. 선수가 한순간에 바뀌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종욱은 원래 공격적인 타자다. 2011년 데뷔 후 통산 222경기에 나선 그는 153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36개의 볼넷만을 얻어냈다. 지난해 부상당한 서건창을 대신해 잠시 리드오프를 맡았던 그가 당시 밝힌 가장 큰 고민 역시 "초구도 보이면 치는 스타일이라 공을 지켜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결국 염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고종욱의 스타일을 존중해줬다. 상황에 맞게 타순을 바꿔주며 장점을 부각시킨 것. 선구안을 높이는 대신 공을 맞히는 능력을 높인 고종욱은 지난해 3할1푼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도 41경기에 나와 타율 3할1푼9리로 활약 중이다. 3루타가 6개로 리그 1위다.
염 감독은 "올해는 원바운드 공에 삼진 당하는 것만 머릿속에 담아두고 생각하라고 했다. 지금 스타일을 바꾸면 종욱이는 3할 타율도 유지하지 못한다. 당장 바뀌기는 힘들겠지만 조금씩 생각하고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혁 투수코치, 심재학 타격코치 등 넥센의 코칭스태프가 가장 선수들에게 당부하는 것 중 하나가 "자신의 강점을 바꾸지 말라"는 것이다. 단점을 고치려다 장점을 잃는 대신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하는 방법이 '닥공맨' 고종욱을 그라운드에서 펄펄 날게 하고 있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