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4경기 1승3패, 꼴찌팀 에이스 비애
팀 지원 부족, 정민철-류현진 계보 우려
한화에 또 한 명의 불운의 에이스가 탄생할 조짐이다. 이번에는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31)다.

로저스는 지난 24일 고척 넥센전에서 복귀 후 최고의 투구를 했다. 7⅓이닝 4피안타 4볼넷 6탈삼진 2실점(1자책). 개인 최다 이닝·탈삼진에 최소 실점으로 막았다. 그러나 한화 타선도 넥센 마운드에 막히며 1득점에 머물렀다. 한화의 1-2 패배와 함께 로저스는 패전의 멍에를 썼다.
팔꿈치 통증을 딛고 지난 8일 수원 kt전부터 1군에서 시즌을 시작한 로저스는 4경기 1승3패 평균자책점 4.44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10경기 6승2패 평균자책점 2.97과 비교하면 기대이하 성적. 특히 패전은 이미 지난해 2패를 넘어 3패로 예사롭지 않다.
로저스의 구위가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영향도 있지만 호투하고도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기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13일 광주 KIA전에서도 6⅔이닝 6피안타 2볼넷 1사구 2탈삼진 4실점(2자책)으로 수비의 실책과 타선의 지원 미비로 승리 대신 패배를 안았다.
19일 포항 삼성전에서 7이닝 12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5실점에도 9득점을 지원한 타선의 도움으로 시즌 첫 승을 올렸지만, 24일 넥센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1득점으로 침묵했다. 삼성전을 제외한 3경기에서 로저스의 9이닝당 득점지원은 평균 2.33점에 불과하다.

팀 상황을 보면 앞으로도 로저스에게는 가시밭길이다. 타선이야 사이클이 있어 도움을 받을 날이 많아질 수 있지만 로테이션이 무너진 선발진 사정상 4일 휴식 등판을 계속해서 감수해야 한다. 불펜진의 피로도도 만만치 않아 로저스가 최대한 많은 이닝을 버텨야 하는 부담도 크다.
지금 상황이라면 한화 불운의 에이스 계보를 이어갈지도 모른다. 1994년 정민철은 이닝·평균자책점·탈삼진 3개 부문 1위에 10번의 완투가 있었지만 14승10패에 그쳤다. 1997년에도 이닝 2위, 탈삼진 2위, 평균자책점 4위에 완투 10번에도 7위에 그친 팀 전력 문제로 14승11패에 만족했다.
류현진도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2년 이닝 3위, 평균자책점 5위, 탈삼진 1위, 퀄리티 스타트 22번에도 불구하고 최하위로 추락한 팀 도움을 받지 못하며 9승9패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류현진이 유일하게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지 못한 해로 꼴찌팀 에이스의 비애였다.
올해는 로저스가 그 계보를 이어받을 기세다. 구위는 점점 올라오고 있지만 팀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로저스가 올 시즌 과연 몇 승을 거둘지,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waw@osen.co.kr
[사진] 고척=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