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섭의 쥬라기파크] 고양 다이노스는 어떻게 1만 관중을 모았나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6.05.25 13: 00

2015년 8월 1일 한여름 주말이었다. 고양 다이노스의 홈구장 고양 스포츠타운 야구장을 찾았다. 두 가지에 놀랐다. 퓨처스(2군) 경기가 열리는 오후 1시,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는 30도가 훌쩍 넘는 수은주는 예상보다 견디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 무더위에도 2군 경기를 보러 온 400여명의 관중 숫자에 더 놀랐다.
고양 다이노스가 지난 22일 특별홈경기의 누적 유료관중 1만명을 돌파했다. 1만명, 1군 경기에서 NC의 홈구장인 마산구이 매진(1만1000명)되는 숫자보다 적다. 하지만 퓨처스(2군)임을 생각하면 그 숫자는 10배, 100배의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퓨처스에서 유료 관중을 시도하는 팀은 고양 다이노스가 유일하다. 지난해부터 주말(토,일)이나 공휴일의 특별홈경기에 고양 다이노스는 적은 금액이지만 유료티켓을 판매한다. 일반(중학생 이상) 3000원, 초등학생 1000원이다. 미취학 아동은 무료.

지난해 포항에서 고양으로 연고지를 옮긴 고양 다이노스의 박종훈 운영본부장과 심보영 사업팀장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1군을 위한 육성에 전념하는 2군이 아닌, '우리 동네 야구단'이라는 컨셉으로 지역사회와 밀착하는 프로 구단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 마이너리그 구단이 각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고양 다이노스도 2군 구단이 아닌 별도의 프로구단으로 성장하게끔 독자적인 사업도 모색한다. 주말홈경기 유료화는 그 일환이다.
첫 시작을 앞두고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2군 경기에 누가 돈을 내고 보러 오겠는가.' '2군 경기를 두고 마케팅, 프로모션을 한다고 해서 얼마나 호응이 있겠는가.' '2군은 어차피 선수 육성이 주목적이지 않나.' 등등
2군 경기이지만, 1군 경기처럼 응원단장과 치어리더가 오고 중간중간 이벤트로 경품도 나눠주는 팬서비스를 한다. 문화센터 강연, 주부운동교실 등 지역사회에 발로 뛰는 게릴라 이벤트나, SNS를 활용한 홍보로 고양 다이노스의 정체성을 알렸다.
야구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놀이터, 소풍을 제공한다. 특별홈경기에는 다양한 지역업체들과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알찬 이벤트를 진행한다. 심보영 팀장은 "지역밀착형 기업과 함께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체험 이벤트를 주로 기획한다. 그 과정에서 제품 홍보는 자연스럽게 된다. 관중들이 재미를 느끼게끔 하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례로 지난해 열린 유나네 자연숲 농장 이벤트. 고양시에 있는 체험 농장 업체와 제휴, 유정란을 제공받아 계란 쿠키를 만들어먹는 이벤트였다. 팬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여름에는 야구장 바깥에 어린이들을 위한 물놀이 풀과 물총을 준비해 물놀이 이벤트 등 소소한 즐길거리를 마련한다.
SNS를 통해 미리 신청을 받아 시구자를 선정하거나,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팬들의 하이파이브 행사 등 1군 경기에서 하고 있는 이벤트를 고양 다이노스에서도 볼 수 있다. 스포츠용품업체 죠이리스포츠와 업무 협약을 맺고, 특별홈경기에는 수훈 선수 시상도 한다.
고양 다이노스의 노력에 팬들은 반응했다. 지난해 5월5일 어린이날 홈경기에는 고양야구장 1000석이 매진됐다. 심보영 팀장은 "그날 1군 경기도 낮경기로 열렸는데 2군 경기장이 매진됐다. 그렇게 많이 올 줄은 몰랐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22일까지 총 28차례 특별홈경기에서 1만명(1만40명)을 돌파했다. 경기당 평균 350여명이다.
심보영 팀장은 "직원들이 티켓팅 업무를 한다. 경기장이 적다보니 자주 오는 관중들이 눈에 보인다. 올해는 지역주민들이 많이 늘어났다. 직원들과 관중들의 가족같은 분위기가 점점 만들어진다"고 했다.
올해는 프리미엄 좌석도 생겼다. 포수 뒤쪽의 전망 좋은 2층 본부석 자리에 '이마트타운 프리미언존' 관중석을 만들었다. 일산에 1호점이 있는 이마트타운과 업무 제휴를 성사시킨 덕분이다. 2군 경기에서도 고급진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심보영 팀장은 "티켓 가격이 1만원인데 절반 넘은 가격의 스낵과 음료를 제공한다. 36좌석이 있는데 꾸준히 80% 이상 자리가 찬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첫 선을 보인 경기에서는 매진이 됐다고 한다.
여전히 아쉬움과 가야할 길은 많다. 심보영 팀장은 "2군이다 보니 아직도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전히 고양에서 2군 경기가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적은 예산으로 가내 수공업식으로 발로 뛰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야간 경기도 아쉽다. 고양야구장에는 조명탑 시설이 있지만, 야간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이태일 NC 사장은 "조명탑 조도가 사회인 야구 기준이다. 프로 2군 경기를 하기에는 기준 미달이다"며 "고양시와 꾸준히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 다이노스는 오는 31일 한화 2군과의 퓨처스리그 '먼데이 나이트 베이스볼'을 춘천구장에서 치른다. 고양야구장에 조명탑 시설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심보영 사업팀 팀장은 1만명 관중 돌파에 대해 "1군 경기와 비교하면 굉장히 적은 숫자이겠지만, 고양 다이노스로서는 의미있는 숫자다. 2군의 유료 홈경기를 누가 보러 오겠냐는 말들도 있었지만, 믿고 움직인 우리 직원들에게 큰 힘이 된다. 찾아온 관중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박종훈 본부장은 “한국프로야구와 퓨처스리그 발전에 의미 있는 기록이라고 본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많고, 이제 그 첫걸음을 시작한 셈이다. 고양 다이노스가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내년에는 고양 다이노스의 누적관중 2만명 소식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NC 담당기자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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