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박상 등으로 4~5일 정도만 푹 쉬면 다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타자가 있다고 치자. 현행 제도상으로는 코칭스태프가 고민에 빠질 수 있다. 한 번 1군 엔트리에서 빼면 최소 열흘은 다시 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계속 안고 가자니 4~5일 동안 허무하게 소모될 1군 엔트리 한 자리가 아깝다.
모든 코칭스태프들이 한 시즌에도 수차례 맞이하는 고민이다. 이에 KBO 현장에서는 이른바 ‘단기 부상자 명단’ 도입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뜻이 있는 몇몇 팀 사령탑들은 “1군 엔트리를 좀 더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직접적인 이득 외에도 선수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라면서 제도 도입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10개 구단 감독자 회의에서는 1군 재등록 기간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1군에서 말소되면 열흘 동안은 재등록될 수 없다. 이에 지방구단의 한 감독은 “현행 열흘의 제한 기간을 파격적으로 줄이자”라고 강력히 주장했으나 부작용을 우려한 나머지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해 그대로 시즌이 시작됐다. 부상자 명단 도입에 대한 의견도 있었지만 공론화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현재 현장의 감독들이 제안하는 부상자 명단의 기간은 5일 혹은 7일이다. 그리고 투수는 악용의 여지가 넓으니, 야수에 한해서만 부상자 명단 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대세다. 수도권 구단의 A감독은 “선수 보호를 위해서라도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5일 혹은 7일짜리 부상자 명단을 만들고, 그 기간 동안에 해당 선수는 뛸 수 없게 하는 대신 다른 선수를 1군에 콜업시킬 수 있다면 선수 보호 및 경기력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방구단의 B감독은 “투수의 경우는 악용될 수 있다. 다만 야수에 한해 도입하는 것은 찬성이다. 10개 구단 감독 중 반대할 이는 없을 것이다. 가벼운 부상을 당한 선수를 열흘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2군에 내리기 애매할 때가 있다. 결국 급박한 상황에 선수를 쓰게 되는 경우도 간혹 있다. 그러면 결국 선수도 피해를 보게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부상자 명단 도입에 찬성하는 수도권 구단의 C감독은 “야수만 도입한다고 해도 이를 악용하는 꼼수는 반드시 나올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여러 가지 상황을 상정해 못을 박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KBO가 명백히 부상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한 달에 팀별로 쓸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거나 선수별로 횟수 제한을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A감독은 “그런 제도를 만든다면 결국 현장이 이득을 보는 만큼 현장이 양심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낙관했다.
선수들도 5일 혹은 7일 부상자 명단에 오를 때 FA 등록일수 등을 보장할 경우 특별히 손해를 보는 것은 없다. 미 메이저리그(MLB)의 경우도 15일 부상자 명단의 경우는 40인 로스터에서 빠지지 않고 등록일수에서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선수협 측에서도 “아직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오가지 않아 현 상황에서는 답할 것이 없지만 제도가 만들어진다면 토론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장기 부상자의 경우 65인 등록선수에서 빠질 수 있는 장기 부상자 명단 도입을 주장하는 이도 있다. 주로 팔꿈치나 어깨를 다친 투수들이 해당된다. 이들은 어차피 1년 이상의 재활을 요하기 때문에 한 시즌을 그대로 날리는 경우가 많다. 이 선수들은 장기 부상자 명단에 올라 1년 동안 뛰지 못하는 대신 그만큼의 선수를 추가 등록해 전력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이 역시 1년에 한도를 둬 활용하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최근 각 팀들이 3군까지 활성화시키고 있는 만큼 현행 65인 등록 인원의 수를 늘리는 것이 장기적인 대안이라는 말도 나온다. 다만 육성선수 전환 등 꼼수의 여지가 적지 않아 일단은 좀 더 신중하게 틀을 살피자는 목소리가 많다. 등록선수 전환시 추가 비용 문제 때문에 난색을 표하는 구단도 적지 않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