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팀에 비해 1군 엔트리 변화폭이 그리 크지 않았던 SK에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는 것일까. 김용희 SK 감독은 현재 1군에 있는 선수들에게 “결과로 설명하라”고 강조했다. 조만간 변화를 줄 수 있다는 뉘앙스가 읽힌다.
SK는 24일 현재 23승20패(.535)를 기록하며 4위에 올라 있다. 두산과 선두 경쟁을 벌였던 4월의 흐름보다는 다소 처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로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2위 NC와의 승차는 1경기다. 언제든지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9위 kt와의 승차도 3경기에 불과하다. 자칫 잘못하면 대추락을 맛볼 수 있다.
특히 5월 들어 부상자가 속출하고 실책이 많아지는 등 팀 전반적인 컨디션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를 받는다. 타선은 여전히 좋은 모습이 아니다. 이는 지난 2년의 흐름과 거의 유사하다. SK는 4·5월까지 투수진의 힘으로 상위권에서 버텼다. 하지만 5월 중순 이후 마운드의 힘이 조금 떨어지고 타선이 살아나지 않으면서 투타가 동반 침체에 빠졌고, 결국 성적이 쭉쭉 미끄러지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SK의 전력이 극상위권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올해는 그런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보통 이런 경우 코칭스태프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 하나는 선수단에 변화를 줘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김용희 감독은 아직 그 카드를 꺼내들지 않았다.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진 리드오프 이명기를 2군으로 내린 것을 제외하면 아직 이렇다 할 1군 변화는 없다. 그나마 이명기도 2군행 타이밍이 늦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기존 선수들에 대한 믿음과 인내로 볼 수도 있고, 실제 성공을 거둔 경우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치열한 순위 싸움에서 지나치게 안일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SK는 지금 그 경계선에서 고전 중이다.
위기감을 느낀 것일까. 김 감독도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임을 조금씩 강조하고 있다. SK는 22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소나기 실책에 의한 최악의 경기를 했다. 하지만 1군 변화는 부상을 당한 백업 포수 이현석을 내리는 수준에서 그쳤다. 이에 대한 질문에 김 감독은 “속이 문드러졌다”라는 표현과 함께 큰 고민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어쨌든 선수들은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주로 5월 일정은 거의 다 끝난다. “이번 주까지의 성적으로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인가”라는 질문에 김 감독은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라고 부인하지 않았다. 부진한 선수들로서는 이번 주가 데드라인이 될 수 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최후통첩과 다름없다.
김 감독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 “여름이 될 때쯤이면 1·2군 이동이 활발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현재 투수들은 관리가 잘 되고 있지만 일부 주전 야수들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크다. 새로운 선수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풍족한 편은 아니지만 2군에서도 대기 자원들이 몇몇 있다. 동기부여 차원에서도 일정 부분의 변화는 필요하다는 인식은 어느 정도 공유되고 있다.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는 그 기점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일단 투수 쪽에는 윤희상 김주한 이정담 등이 1군에 올라올 수 있는 자원으로 뽑힌다. 정영일은 최근 변화구를 집중적으로 연마하며 조정 시간을 거치고 있다. 투수 쪽은 대기 자원이 비교적 넉넉한 편이다. 야수 쪽에서는 2군에 내려간 주전 선수인 이명기가 25일부터 2군 경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김강민도 다음 주 정도부터는 2군 경기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진급 야수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릴 수 있다. 김동엽 유서준 임석진과 같이 올해 1군 무대를 잠깐 경험한 선수 외에도 퓨처스리그 타율 1위를 달리는 최정용 등도 급부상 중이다. 당장 1군 주전으로 뛰기에는 수비에 약점이 있다는 점에서 대거 콜업은 쉽지 않지만 적절히 잘 활용한다면 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선수들은 여름 체력전을 대비해 전략적으로 준비되어 온 자원들이기도 하다. 김용희 감독의 선택이 흥미로워졌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