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홍성갑은 지난 25일 고척 한화전에서 9회 2사 1,2루에서 정우람을 상대로 우전 안타를 날렸다.
7-8로 지고 있던 팀에 동점을 선물한 천금 같은 역전타였다. 홍성갑의 안타에 무너진 정우람은 초구에 서건창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낸 뒤 2사 만루 이택근 타석에서 초구 폭투를 범하고 말았다. 그렇게 넥센은 치고 받는 공방전 끝에 드라마틱한 9-8 끝내기 승리를 안았다.
8회 선두타자 임병욱 대신 대타로 나온 홍성갑은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으나 9회 다시 타석이 돌아왔다. 2사 2루에서 한화 벤치가 김하성에게 고의4구를 지시하면서였다. 김하성이 고의4구를 얻고 있는 사이 대기 타석의 홍성갑에게 다가온 주장 서건창은 "편하게 치고 싶은 대로 치라"는 염경엽 감독의 말을 전달했다.

중계 화면에 잡힌 홍성갑은 초구를 제대로 노려 안타를 친 뒤 1루로 뛰어가며 "나도 할 수 있어"라고 외쳤다. 하지만 경기 후 연락이 닿은 홍성갑은 "제가 그렇게 말했나요?"라고 되물었다. 무의식 중에 나온 말이었던 것. 그는 "'잘했어'라고 한 것 같은데 '나도 할 수 있어'라고 말한 게 맞는 것 같긴 하다"며 웃었다.
사실 어떤 말이든 그의 기쁨을 드러내준다. 올해 처음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처음 개막전에 든 홍성갑은 올 시즌 20경기에 나와 2할2푼7리에 그쳤으나 대타 타율이 2할8푼6리로 높고 득점권 타율은 3할7푼5리에 이른다. 김하성을 고의4구로 내보낸 것이 틀린 판단이었음을 보여준 것에 대한 무의식 중의 포효였다.
홍성갑은 "심재학 코치님께서 (김)하성이를 거르고 승부할 수 있으니 준비하라고 하셨다. 나 역시 예상하고 준비했다. 올해 1군 코치님들에게 체계적으로 배우고 제 루틴이라는 것을 만들면서 조금씩 야구를 알고 하게 되는 것 같다. 2군에서 열흘 동안 잘 치고(25타수 15안타) 올라와 바로 기용돼 타격감이 올랐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기쁘다"며 승리의 공을 코칭스태프에게 돌렸다.
넥센은 올 시즌 박정음의 끝내기, 홍성갑의 9회 동점타 등 유난히 드라마 같은 승리가 나오고 있다. 주전 전력들이 빠져 나간 틈을 십시일반으로 메우고 있는 셈이다. 간절한 선수들에게 선물같은 기회기도 하다. 특히 홍성갑이라는 든든한 대타 카드 요원을 두면서 팀의 뒷심 강한 야구가 가능해지고 있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