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 싱싱투’ 원종현, 다시 찾은 야구의 즐거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5.26 12: 55

투병 전 입었던 유니폼은 맞지 않았다. 유니폼은 그대로인데, 자신이 작아진 까닭이다. 이는 원종현(29·NC)이 지난 1년이 넘는 세월 겪은 우여곡절을 상징한다. 기나긴 투병, 피나는 재활 과정이 모두 담겨져 있다. 역설적으로 그 커진 유니폼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원종현의 복귀가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 스프링캠프에서 대장암이라는 병마에 쓰러진 원종현은 긴 투병 끝에 이제 1군 복귀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다시 공을 던지기 시작한 원종현은 최근 퓨처스리그(2군)에서 컨디션을 조율했다. 10경기에서 1승4홀드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 중이다. 처음에는 1주일에 한 번을 던지다, 지금은 1주일에 세 번도 던질 수 있을 정도로 컨디션이 올라왔다.
고양까지 가 직접 원종현의 상태를 확인한 김경문 NC 감독도 합격점을 내리며 이번 주부터 1군 합류를 지시했다. 1군 엔트리에 합류하기 전 미리 선수단 분위기를 익히라는 배려다. 이제 이번 주말 함평에서 열릴 KIA 2군과의 경기에서도 문제가 없으면 다음 주쯤 그토록 고대하던 1군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았던 터널에 햇빛이 들고 있다.

몸 상태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빨리 올라오고 있다. 원종현은 “마무리캠프 때부터 운동을 다시 시작했는데 회복이 생각보다 빨랐다. 지난 일요일에 151㎞까지 나왔다. 평균 145㎞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투구수도 35개 정도까지 소화했다”라면서 “생각보다 잘 나와 나도 놀라고 있다. 다만 구속보다는 볼의 힘이 더 좋아져야 한다”라고 보완점을 짚었다.
하지만 설렘을 감추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다시 마산구장을 찾은 원종현은 새로움을 다시 찾았다고 말한다. 원종현은 “처음 1군에 왔을 때와는 또 다른 새로움으로 재밌게 하고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운동을 하는 중”이라고 웃었다. 원종현은 “감독님께서 시간을 충분히 주셔서 천천히 했다. 캠프 때도 무리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여유 있게 시간을 가지고 운동을 한 것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라고 코칭스태프에 감사를 표현했다.
그라운드를 떠나 있는 동안 야구에 대한 간절함과 목마름은 절정에 이르렀다. 원종현은 “다시 야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게 암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이라면서 “지금까지도 독하게 살았다. 포기할 만도 했지만 한 번 더 경기에 뛰고 싶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원종현은 아직도 대만 캠프 당시 첫 경기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터질 것 같은 긴장감에 살아 있음을 느꼈다고 이야기한다.
체중은 빠졌다. 원종현은 “(투병 전에는) 88㎏ 정도 나갔는데 지금은 83~84㎏ 정도다”라고 말했다. 예전 유니폼이 맞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새롭게 유니폼을 맞춘 원종현은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한다. 원종현은 “잘하고 싶다. 중요한 것은 체력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여름을 날 수 있다. 먹는 것도 잘 챙겨 먹겠다”라고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그 미소 속에서 또 하나의 인간승리 스토리를 예감할 수 있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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