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람, 리그 유일의 2이닝 마무리투수
95이닝 페이스, 최근 6G 4실점 2블론
한화가 믿는 최후의 보루, 정우람(31)마저 흔들리고 있다. 어느새 리그 최다 3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정우람은 지난 25일 고척 넥센전에서 팀이 8-7로 리드한 8회부터 구원등판했다. 그러나 9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남겨 놓고 동점 적시타와 끝내기 폭투를 내주며 시즌 첫 패전을 당했다. 시즌 블론세이브 숫자는 3개로 김진성(NC) 박근홍(삼성)과 함께 공동 1위.
지난겨울 김성근 감독의 요청으로 FA 영입된 정우람은 19경기 1승1패5세이브 평균자책점 1.19 WHIP 0.81로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거의 매일 지는 팀 사정 때문에 세이브 숫자는 많지 않지만 리그 유일의 2이닝 마무리투수로 한화가 가장 믿을 수 있는 구원투수다.
그러나 최근 6경기에는 흔들리고 있다. 지난 11일 대전 NC전부터 9⅔이닝 9피안타(1피홈런) 4볼넷 1사구 9탈삼진 4실점으로 평균자책점 3.72. 정우람답지 않게 제구가 흔들리며 결정타를 맞고 있다. 일시적 부진으로 볼 수 있지만, 지금 같은 기용법이라면 쉽게 볼 수 없다.

정우람은 리그 전체를 통틀어 순수 구원 이닝이 권혁(한화·32⅓이닝)-정재훈(두산·29⅓이닝)에 이어 3번째로 많은 28⅓이닝에 달한다. 3이닝 1경기 포함 2이닝 이상 소화한 게 7경기로 리그 최다. 한화 사정상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2이닝 마무리는 폐기된 지 오래된 기용법이다.
지난해 SK에서 정우람은 69경기 70이닝으로 2이닝 이상 투구는 3경기뿐이었다. 경기당 투구수도 16.7개로 관리가 잘 이뤄졌다. 그러나 한화에 와서 경기당 투구수가 22.5개로 증가했다. 이닝당 투구수는 16.5개에서 15.1개로 줄었지만, 이닝 자체가 증가하다 보니 볼 개수가 늘어났다.
산술적으로 지금 페이스라면 정우람은 시즌을 마쳤을 때 약 95이닝을 던지게 된다. 정우람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고무팔로 김성근 감독이 이끌었던 SK 시절인 2010년에는 개인 최다 102이닝을 던진 바 있다. 하지만 그때는 만 25세 젊은 때였고, 지금은 6년의 세월이 흘러 30대 베테랑이 됐다.
김성근 감독은 "정우람은 손톱에 문제가 있어 연투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실제로 정우람의 연투는 2번뿐이지만 대신 한 번 나올 때마다 최대한 길게 가져가려 한다. 그러나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정우람도 지칠 수밖에 없다. 불펜투수 대부분이 고정된 보직이나 상황 없이 마구잡이로 기용되고 있는 한화에서 정우람은 그나마 관리 받는 투수로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 95이닝 페이스는 관리 받는 투수의 기록이 아니다. /waw@osen.co.kr
[사진] 고척=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