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공을 놓은 양동근(35, 모비스)은 어떤 남편이고 어떤 아빠일까.
사람 냄새나는 양동근의 일상이 궁금했다. 양동근의 골수팬들에게 평소에 궁금한 점을 물어서 대신 대답을 듣고 왔다. 질문지 작성에 도움을 주신 팬에게 양동근이 직접 사인한 모자를 선물했다.
OSEN: 자, 이제부터 팬들의 질문을 모아왔다. 평소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아이들 사진을 보거나 전화를 한다. 와이프와 이야기를 많이 한다. 국제대회 나가면 카카오톡과 페이스타임을 많이 한다. 영상통화를 한다.
OSEN: 아이들이랑 있을 때는 무엇을 하고 보내는지?
다른 아빠들과 똑같다. 어디 가자고 하면 데려가고, 사달라고 하면 짜증도 냈다가 집에 와서 자는 모습을 보면 짠해서 후회도 한다. 오랜 만에 집에 가면 반겨주는 것을 보면 눈물도 난다. 모든 아빠와 똑같다.
OSEN: 허재 감독처럼 자녀를 농구선수로 키울 생각도 있나?
안그래도 아들이 농구를 한다고 한다. 학교에서 ‘꿈이 농구선수’라고 했다더라. 고민이 많이 된다. 나 닮으면 키가 안 클 텐데. 앞으로 농구선수는 키가 2미터에 가드는 봐야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나 닮으면 키도 안 클 텐데. 초등학교 일학년이니 가능성이 뭘 보이겠나. 그래도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하면 말릴 수 있겠나. 본인이 스스로 판단할 때까지 지켜보겠다.

OSEN: 가장 존경하는 스승은?
유재학 감독님은 내가 모비스에 있는 이유다.
OSEN: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유재학 감독님처럼 우승하는 지도자도 좋다. 모든 지도자들의 꿈이 스승의 농구를 존경하고, 내 색깔을 낼 수 있는 것이다. 감독님의 모든 것을 다 배우고 싶고, 그 안에서 내 색깔을 찾아야 한다. 잘 준비해야 한다.
OSEN: 요즘에 뛰면서 ‘내가 지도자라면 어떻게 하겠다’라고 상상을 하나?
감독님이 이야기하시면 그런 부분을 잘 새겨듣고 있다가 ‘왜 이럴 때 이렇게 하는지’ 이해하려고 한다. 감독님도 이해를 시켜주신다. 감독님 수를 지금도 100% 다 못 본다. 반도 못 따라간다. 농구실력보다도 내가 선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잘 어울리니까 주장을 시킨 것이다. 농구만 잘한다고 주장을 시키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나이가 많아도 운동할 때 젤 앞에 나가는 편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나태해질 것 같다. 스스로를 위해서다. 동생들이 보기에 ‘저 형도 하는데 나도 하자’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고 싶다.
OSEN: 연봉이 높아질수록 마음가짐은 어떻게 변하나?
솔직히 같다고는 못한다. 다만 신인 때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그렇지 못한 선수는 오래 못 간다. 꽃을 못 피운다.
OSEN: 본인 경기 중 아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경기는?
창피하다. 스페인 농구월드컵에서 5경기. 아들이 농구선수가 된다면 그런 것을 보여줘야 한다. 세계무대는 우리나라와 다르다는 것을. 다른 농구를 많이 보여주고 싶다. 세상은 넓고 농구선수는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더 넓게 많은 것을 보라는 의미다.
OSEN: 운동으로 성공하기 위해 노력과 재능은 각각 몇 %씩 필요할까?
1% 재능과 99% 노력이라고 하는데, 농구에서 어느 정도의 재능은 타고나고 노력이 가미돼야 성공할 수 있다. 노력이 더 많아야 하지만 재능도 중요하다. 특히 운동능력과 센스는 타고 나야 한다. 정말 노력을 많이 하는 선수가 안 되는 것도 그런 부분 때문이다. 물론 재능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그 재능이 발현된다. 재능이 있어도 노력하지 않으면 꽃을 피울 수 없다.

OSEN: 본인이 부족한 점을 노력으로 이겨낸 점이 있다면?
노력으로 아직 극복을 못했다. 지금도 부족한 부분을 생각을 많이 한다. 신인 때부터 지금까지 늘지 않는 것이 패스와 드리블이다.
OSEN: 모비스 선수들 중 간식이랑 선물은 누가 가장 많이 받나? 들어오면 누구와 나눠 먹는지?
예전에 김동우 형이었다. 지금은 많지 않다. 김동량과 배수용이 좀 받는다. 나에게도 고정 팬들이 준다. 버스 타자마자 배고프면 선수들이 간식을 나눠 먹는다. 군것질 싫어하는 사람 없다. 함지훈은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조절을 많이 한다. 같이 밥을 먹어도 미안할 정도로 조절을 한다. 난 조절을 안 한다.
OSEN: 몇 살까지 뛰고 싶나? 그렇게 열심히 뛰었는데 통산기록이 주희정 절반이다.
일단 3년 계약했으니 3년은 안 아프게 부상 없이 뛰는 게 목표다. 희정이 형? 그러니까 난 잘하는 가드가 아니다. 난 희정이 형 같은 그 정도의 가드가 아니다. 패스도 못하고 그런 시야도 없다. 희정이 형은 20년을 뛰었고, 난 10년을 뛰었으니 기록이 절반인 것은 당연하지 않나.
OSEN: 대표농구선수로서 팬들이 서장훈, 김승현 선배들처럼 방송에도 자주 나와 달라고 한다. 예능에 욕심은 있나?
내가 말을 잘 못한다. 팬들이 말을 너무 재미없게 한다고 한다. 그래도 즐거워해주는 사람이 있다. 다만 농구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진지해질 수밖에 없다. 농구 관련해서 장난할 수는 없지 않나. 내가 (방송에) 나갈 실력도 안 된다.
OSEN: 와이프가 가장 좋아하는 농구선수는?
김동우 형을 좋아했다. 키도 크고 농구를 예쁘게 했다. 대학선발 때부터 친하게 지냈다. 팔도 안으로 굽으니 와이프가 지금은 날 가장 좋아하지 않을까.

OSEN: 오랜 시간 인터뷰에 임해줘서 고맙다. 애장품은 팬에게 잘 전달하겠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