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드왕 독주’ 정재훈, 책임감은 지치지 않는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5.27 06: 00

벌써 31이닝, 홀드 선두-리그 최강 셋업맨
마운드 밖에서는 투수조 이끄는 최고참
 정재훈(36, 두산 베어스)은 현재 명실상부 KBO리그의 최고 셋업맨이다. 2패 14홀드, 평균자책점 1.16을 올리며 홀드 부문에서 2위 윤길현(롯데)에 4개 앞선 선두다. WHIP 0.74, 피안타율 1할5푼2리로 내용도 훌륭하다.

지난 26일 잠실 kt전에서도 홀드를 추가했다. 경제적인 투구로 1⅔이닝을 19개만 던지며 막았고,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했다. 경기 후 그는 “팀 성적이 좋아 기분이 좋다. 지금의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기보다는 나 때문에 팀에 피해가 가지 않게 하려는 생각이 크다”며 베테랑으로서의 책임감을 표현했다.
알아서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내는 모습에 김태형 감독도 자율권을 부여했다. 많이 던진 다음날 강제 휴식을 준 것. “지난주에 30개 정도 던진 날(17일 잠실 KIA전)이 있었는데, 그날 경기 끝나고 감독님이 다음 경기는 야구장에 나오지 말고 집에서 쉬라고 하시더라. 그래도 경기장에는 나오려고 했는데, 마침 그날 아이가 아파서 어쩔 수 없이 집에 있었다”는 것이 정재훈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코칭스태프가 지켜보고 무리가 된다고 판단되는 날이면 불펜에서 몸도 풀지 않는 경기들이 간혹 있다. 정재훈은 “보통 출전하지 않기로 정해진 날은 야구장에 나와서 가볍게 워밍업을 하고 난 뒤 경기를 관전한다”고 덧붙였다.
개막 후 2개월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31이닝이나 소화했다. 무려 99⅓이닝 페이스. 하지만 힘들다는 말보단 견뎌내겠다는 약속이 먼저였다. 정재훈은 “어깨는 소모되는 것이고, 던지지 않을수록 충전이 된다. 그렇다 해서 지금 나갈 경기를 안 나가선 안 된다. 관리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결과는 내가 책임을 지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체력적으로 힘들 수도 있는 시간을 버티는 것은 팀의 기대치를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재훈은 “조금이라도 경쟁력이 없으면 엔트리에 포함시키지 않는 게 감독님 스타일인 것 같다. 노력에 비해 결과가 긍정적이라 다행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성적이 좋아 마음이 편해졌을 것 같다고 하자 “던지면 자고 다음날 일어나기 전까지는 편하다”라며 웃었다. 편안한 기분도 자고 일어나면 잊히고, 다음을 준비하는 책임감만 남는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정재훈이 두산에서 갖는 의미는 단순한 셋업맨 이상이다. “나이만 많다고 베테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마운드에 올라 긍정적인 것을 보여줘야 후배들이 조금이라도 배울 것이 생긴다”며 좋은 공을 던져야 후배들 앞에서도 자존심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정재훈이 있는 팀에서 후배 투수들을 많은 것을 배운다. 그는 “나는 먼저 이야기하는 스타일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선수들이 먼저 찾아오면 내 느낌과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해준다. 물론 ‘이건 형의 경우니까 너도 나중에 후배들한테 말해줄 수 있게 너만의 것을 만들어라’는 말을 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어깨는 쓰면 지치지만, 베테랑의 책임감은 지치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는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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