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경기 흐름은 선발 투수의 활약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팀 전력의 잣대가 되기도 한다. 삼성은 류중일 감독 집권 이후 탄탄한 선발진을 바탕으로 5년 연속 정규 시즌 1위에 등극했다. 류중일 감독은 평소 선발 투수를 믿고 길게 끌고 가는 편이다. 모 구단과는 달리 선발 투수에 대한 신뢰가 확고하다.
류중일 감독은 "선발 투수는 길게 던지는 게 중요하다. 등판할 때마다 6~7이닝은 소화해야 한다.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지면 추격조에 필승조까지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커진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4~5점까지는 줘도 괜찮다. 긴 이닝을 던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중일 감독의 신뢰와 선발진의 책임감이 조화를 이루며 지난해 KBO 리그 최초로 5명의 선발 전원이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하는 진기록을 만들어냈다.
삼성 선발진의 올 시즌 출발은 좋지 않다. 윤성환을 제외하면 믿을 만한 투수가 없었다. 탈삼진왕 출신 차우찬이 가래톳 부상으로 장기간 전력에서 이탈했고 장원삼이 허리 통증으로 1군 무대에 뒤늦게 합류했다.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도 기대 이하. 웹스터는 들쭉날쭉한 모습으로 류중일 감독의 애를 태웠고 콜린 벨레스터는 부상과 부진 속에 고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류중일 감독은 "선발진이 안정되지 못해 연승이 거의 없다"고 아쉬워 했다. 올 시즌 3연승을 거둔 게 최다 기록. "상위권 도약을 위해 연승이 필요하다. 윤성환이 없었다면 바닥까지 떨어졌을 것"이라는 게 류중일 감독의 말이다.
더 이상의 추락은 없다. 이제 비상할 일만 남았다. 삼성 선발진은 반격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4연패 수렁에 빠졌던 웹스터가 25일 대구 KIA전서 7이닝 2실점 쾌투를 선보이며 시즌 3승째를 거뒀다.
웹스터는 "그동안 몇 가지 고쳐야 할 부분이 있었는데 이를 보완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앞으로 좋은 경기를 많이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구단 관계자는 "웹스터가 연패가 길어지면서 심리적인 부담감이 아주 컸다. 41일 만에 선발승을 거두며 안정감을 되찾은 것 같다"고 전했다.
콜린 벨레스터의 대체 선수로 한국땅을 밟은 아놀드 레온도 26일 공식 데뷔전이었던 대구 KIA전서 5이닝 8실점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레온의 첫 등판을 지켜본 류중일 감독은 "구위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오랜만에 실전에 등판하다보니 공이 다소 높게 제구됐고 그러다 보니 장타를 허용한 것 같다. 구위가 나쁘지 않은 만큼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 본다"고 비교적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차우찬은 26일 SK와의 퓨처스 경기에 선발 등판하며 1군 복귀를 위한 최종 리허설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음주 고척 넥센 3연전에 맞춰 선발 마운드에 오를 전망. 삼성은 26일 현재 8위에 머물러 있으나 선발진이 정상 가동된다면 반등 가능성은 아주 높다. 이 모든 게 선발진의 활약 여부에 달려 있다. 현재 분위기라면 맑음에 가깝다. /what@osen.co.kr
[사진] 팀내 다승 1위를 질주 중인 윤성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