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의 칭호를 들었던 과거의 영광이 점차 퇴색되고 있다. 삼성 불펜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승부처에서 한 이닝에 4명의 불펜 투수를 쏟아 부었지만 누구도 위기를 진화하지 못했다.
삼성은 2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2-1로 앞선 6회 대거 6점을 실점하며 흐름을 완전히 내준 끝에 2-7로 역전패했다. 2연패를 기록한 삼성은 21승25패를 기록, 8위에 머물렀다. 6회 위기를 막기 위해 아낌없이 불펜투수들을 투입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던 것이 패착이었다.
선발 정인욱이 5회까지 1실점(비자책)으로 잘 버틴 가운데 6회 위기가 왔다. 선두 최정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준 것이 화근이었다. 이어 정의윤에게 좌전안타를 맞았다. 투구수도 100개에 근접해가고 있었던 상황에서 삼성은 1점을 지키기 위해 불펜 총동원을 결정했다. 좌타자 박정권에 맞서 좌완 백정현이 투입됐다.

백정현은 박정권의 번트 시도 때 선행주자인 2루 주자 최정을 3루에서 잡아냈다. 그러자 삼성은 이번에는 우타자 이재원에 맞서 장필준을 세 번째 투수로 올렸다. 그러나 장필준이 이재원에게 역전 3점포를 얻어맞고 분위기를 내줬다. 2구째 143㎞ 빠른 공이 가운데 몰리며 우월 3점포를 허용했다.
다만 아직 2점차고 공격 기회도 세 번이나 남아있어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3점을 더 준 것이 삼성으로서는 아쉬웠다.
장필준은 이재원에게 홈런을 맞은 뒤 고메즈를 삼진으로 잡았으나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최승준에게 볼넷, 김성현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2사 1,3루에 몰렸다. 그러자 삼성은 다시 투수를 바꿨다. 상대 타순이 좌타자인 이명기 박재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고려해 좌완 박근홍을 투입했다. 그러나 박근홍은 제구가 흔들렸다.
이명기에게 볼넷을 내주며 주자가 꽉 들어찬 상황에서 박재상과의 승부도 역시 어렵게 흘러갔다. 간신히 풀카운트까지 끌고 가기는 했지만 결국 박재상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고 2점을 더 내줬다. 그러자 삼성은 우타자 최정을 잡기 위해 안지만까지 투입시키는 총력전을 벌였으나 안지만 또한 최정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1점을 추가로 실점했다. 위기를 막기 위해 올라온 세 명의 투수들이 죄다 첫 타자 승부에 실패했다.
6회에만 6점을 내준 삼성은 안지만이 정의윤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겨우 악몽같은 이닝을 마칠 수 있었다. 지난해 마무리였던 임창용이 이탈했고 안지만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은 이날 경기 전까지 5.29의 불펜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이는 리그 8위의 성적이다. 과거를 생각하면 낯선 순위표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