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가 참 어렵습니다”
이재원은 5월 중순 당시 훈련을 하면서도 한숨을 내쉬곤 했다. 좀처럼 방망이에 불이 붙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타구질이 아주 형편 없는 것도 아니었다. 큰 타구, 라인 드라이브 타구 등 잘 맞은 타구들이 더러 있었다. 그런데 이 타구들이 상대 수비수들의 글러브에 쏙쏙 들어가는 야속한 상황이 이어졌다.
이재원은 “4월에는 빗맞은 안타가 나오기도 했는데, 오히려 5월 들어 잘 맞은 타구들이 죄다 잡히고 있다”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기간이 계속되자 타격에도 슬럼프가 왔다. 4월 한 달 동안 3할1푼8리의 타율을 기록했던 이재원은 27일 경기 전까지 5월 15경기에서 타율 1할4푼6리에 그쳤다. 최악의 슬럼프였다.

여기에 햄스트링 통증, 그리고 투구에 손을 맞아 부상까지 당하는 등 불운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27일 홈런 한 방은 반가웠다.
이재원은 2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선발 포수 및 6번 타자로 출전, 1-2로 뒤지고 있던 6회 1사 1,2루에서 삼성 세 번째 투수 장필준의 143㎞ 빠른 공을 통타해 우월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침체되어 있던 SK의 기세를 완전히 살리는 홈런포 한 방이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이날 경기의 결승타가 됐다.
첫 타석에서 우익수 뜬공에 그친 이재원은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중견수 방면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상대 중견수 배영섭의 호수비에 담장 앞에서 잡히기는 했지만 나쁘지 않은 타구였다. 그리고 6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상대 수비수가 잡을 수 없도록 아예 공을 담장 밖으로 넘겨보냈다. 시즌 3호 홈런. 5월 5일 한화전 홈런 이후 21일 만에 터진 대포였다.
손 부상으로 최근 선발에서 제외됐던 이재원은 이날 선발 포수로 복귀, 수비에서도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선발 박종훈을 잘 이끌며 1회 실점 이후 무실점으로 버텼고, 상대 도루도 2개나 잡아내며 강견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5·6번 타순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SK로서도 홈런 한 방이 만든 이재원의 기분전환은 중요했다.
이재원은 경기 후 "득점권에서 처음으로 친 안타였다. 작년에는 득점권에서 안타도 많이 치고 타점도 많이 올렸었는데, 올 시즌에는 그렇지 못해서 부담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라고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으면서 "올 시즌이 아직 100경기 조금 안 되게 남았는데 남은 경기 동안 팀에 도움이 되는 안타와 타점을 많이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이재원은 "홈런을 친 것보다는 (박)종훈이를 승리 투수로 만들어줄 수 있었던 것이 더 기쁘다. 종훈이가 초반의 고비를 잘 이겨낸 것이 대견하다"라면서 "도루에 대해서는 부담갖기 말고 포수들에게 맡기라고 했다. 도루를 허용하면 그것은 포수들의 잘못이라고 말해줬다. 오늘의 도루 저지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