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구속 155km, 변화구는 슬라이더 적극 활용
'벌써 8승, 통산 첫 개인 타이틀도 기대
두산 베어스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5)가 완봉급 역투로 또 한 번의 승리를 빚어냈다.

니퍼트는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총 110구를 던지며 8이닝 4피안타 8탈삼진 2볼넷 무실점했다. 활화산 같던 팀 타선이 이날은 7회말까지 1득점에 그쳤지만, 마운드에 그가 있어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8회말 추가점을 보태 3-2로 승리할 수 있었다. 니퍼트는 시즌 8승(2패)째.
초반부터 니퍼트는 LG 타선을 압도했다. 최고 155km까지 나온 포심 패스트볼의 위력은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겨내기에 충분했고, 우타자, 좌타자를 가리지 않고 결정구로 슬라이더를 활용해 재미를 봤다. 좌타자를 상대로는 체인지업 활용도 적극적으로 했고, 가끔씩은 자신의 구종 중 가장 느린 커브를 구사해 타이밍을 빼앗고 헛스윙을 유도하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6회초까지 순항이 계속됐고, 투구 수도 많지 않았다. 퀄리티스타트(QS) 요건을 채우는 동안 필요했던 공은 77개뿐이었다. 빠른 공의 구위를 앞세워 유리한 카운트를 점령해 LG 타자들을 타격하기 힘든 상태에 빠뜨려놓은 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으로 흔들며 손쉽게 아웃카운트를 쌓아 나갔다.
가장 큰 위기는 1-0으로 앞서던 8회초에 있었다. 무사 1, 2루에 몰린 것. 하지만 임훈의 번트에 대비한 1루수 오재일의 재빠른 수비로 선행주자 김용의를 3루에서 잡아 아웃카운트 하나를 벌었고, 이어진 1사 1, 2루 정성훈 타석에서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 6-4-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만들고 이닝을 끝냈다. 이것이 니퍼트의 마지막 이닝이었다.
경기 전 김태형 감독은 올해 팀에 유독 선발승이 많아 팀의 전체적인 에너지 소모가 적을 것 같다는 말에 “그렇다”라고 답하며 동의했다. 그리고 경기에 들어가자 그 말을 니퍼트가 재확인시켰다. 그는 긴 이닝을 끌고 가며 불펜이 나머지 1이닝만 책임지면 되는 환경을 만들어놓았다. 정재훈이 몸을 풀기는 했지만 마운드에 오르지는 않았고, 이현승이 9회초 나와 시즌 14번째 세이브를 올린 것이 전부였다.
상대 선발인 헨리 소사도 7⅔이닝 동안 볼넷 없이 9피안타 4탈삼진 3실점하며 호투했지만 니퍼트의 호투가 더 강력했다. 8회까지 투구 수가 많이 누적되어 지난 2011년 7월 1일 잠실 LG전(9이닝 5피안타 7탈삼진 1볼넷 무실점) 이후 첫 완봉승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완봉승 못지않은 가치를 보여준 투구였다.
KBO리그 생활 5년차에 첫 우승을 맛본 그는 6년차에 접어든 뒤에도 여전히 강력하다. 외국인 투수가 한 팀에서 올린 66승은 당분간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아성이다. 올해는 벌써 8승으로 다승왕 경쟁까지 주도하고 있다. 매년 부상에 신음했지만 아직까지 이상징후도 없다. 개인 타이틀에 있어서는 ‘무관의 제왕’이었던 니퍼트가 첫 타이틀까지 따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nick@osen.co.kr
[사진] 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