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식의 베어스터디] 두산-니퍼트 신뢰, 6년차라 가능한 변화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5.29 06: 00

늦게 올린 페이스, 신의 한 수로 작용
구단-베테랑 외국인 선수의 상호 신뢰가 밑거름
더스틴 니퍼트(34, 두산 베어스)는 8승 2패, 평균자책점 3.39로 현재 다승 1위다. 골반, 어깨, 서혜부 통증으로 결장한 기간이 길었던 지난해 승수(6승)는 이미 넘어선지 오래다.

지난해 주춤했지만 포스트시즌 역사에 남을 최고의 피칭(5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56)으로 정규시즌 부상 사실을 잊게 만들었던 그는 올해까지 6년간 두산에서 올린 정규시즌 승리만 66승이다. 한 팀에서 올린 66승은 외국인 선수로는 역대 최다승 기록이며, 당분간 깨지기 힘들다.
지난해 정규시즌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아픈 상태로 보냈지만, 시즌을 준비하는 점에 있어서 크게 바뀐 것은 없다. “계속 부상이 있어 뭔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난해 부상이 많았던 것은 운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 바뀐 부분은 없다”는 게 니퍼트의 설명이다.
28일 잠실 LG전 직후 지난 시즌을 돌아보며 “운이 없었다”고 말한 니퍼트는 자신이 앉아 있던 나무 벤치를 손으로 몇 차례 두드렸다. 영미문화권에서는 나무로 된 물건을 두드리면 걱정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미신이 있다. 이를 ‘knock on wood(한국어로 대체할 마땅할 표현은 없다)’라고 하는데, 앞으로는 부상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지난해 부상들이 불운의 산물이었다는 것을 재차 암시하는 행동이었다.
불운이라 했지만, 팀은 니퍼트의 몸 상태가 항상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이번 시즌 스프링캠프에서 몸 상태를 늦게 끌어올리기로 결정했고, 구단은 전적으로 믿어줬다. “코칭스태프가 열린 마음으로 내 루틴을 인정해주고 몸을 만들 수 있게 배려해줬다. 결과가 좋든 안 좋든 변하는 것은 없다. 부진하다고 해서 연습을 더 많이 하지도 않았고, 좋았다고 해서 연습을 덜 하는 것도 아니었다”라며 그는 구단의 신뢰에 대해 언급했다.
실제로 니퍼트는 따뜻한 호주 시드니에서 몸만들기에만 주력했고, 2차 캠프지인 일본 미야자키로 건너와 2월 19일에야 첫 라이브 피칭에 돌입했다. 실전 투입은 전지훈련 막바지인 3월 2일에 있었다. 막 계약한 신입 외국인 선수가 3월이 되어서야 첫 경기를 갖는다면 팀으로서는 그 이상 답답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니퍼트는 KBO리그 6년차다. 팀은 모든 과정을 믿고 맡겼고, 선수는 개막 후 결과로 보여주고 있다.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면 훈련 양이고, 바뀐 것이 있다면 코칭스태프와의 신뢰다. 더 두터워졌다. “6년간 이 팀에서 뛰면서 코칭스태프와의 관계도 더욱 돈독해졌다. 서로 잘 알기 때문에 나를 봐주든 안 봐주든 얼마나 운동하는지도 알고 있을 것이고, 그래서 의식하지 않고 코칭스태프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똑같이 운동하고 있다. 동료들과 편해지고, 관계가 좋아진 것도 더 크다”는 것이 니퍼트의 의견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니퍼트에게 일어난 변화는 결국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니퍼트가 6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KBO리그 베테랑이었기에 가능했다. 늘 한결같은 것만 같던 6년차 니퍼트에게 이번 시즌 준비 과정은 작지만 큰 변화였고, 이 선택이 지금의 성적을 만들고 있다.
한국에 머무른 시간 동안 리그의 모습은 꾸준히 바뀌어왔지만, 그가 뛰어난 피칭을 한다는 점 하나는 똑같다. 여섯 번째 시즌을 보내는 사이 타자들도 발전했을 텐데 어떻게 대비해왔냐는 물음에 니퍼트는 “타자들이 발전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투수로서 나도 노력했다”며 “지금도 매 타자가 들어설 때마다 압도적인 투구를 위해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두산 담당기자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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