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계획 無’ 고메즈, 반등과 우려 사이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5.29 06: 34

SK 외국인 선수 헥터 고메즈(28)는 기대보다는 못한 시즌 초반을 보냈다. 첫 두 달이 지나갈 동안 공·수 양면에서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한 탓이다. 중간에 부상도 겹쳐 힘든 시간을 보냈다.
고메즈는 28일까지 31경기에서 타율 2할3푼4리, 5홈런, 12타점, 4도루를 기록했다. 물론 SK가 고메즈를 영입할 당시 ‘3할 장거리포’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수비에서 팀 내야의 무게를 든든하게 잡고, 2할8푼의 타율과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 그리고 주루에서도 도움이 되면 성공”이라는 내부적 기대치가 있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의 성적은 그 보수적인 기대치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SK는 지금껏 고메즈에 대한 교체를 검토한 적이 없다. 4월 부진을 보였을 때, 부상 복귀 후 확실한 반등세를 보여주지 못했을 때도 그랬다. 현 시점에서도 큰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 비용 부담도 있고, 현 시점에서 마땅한 대안을 찾기도 어려운 점이 있다.

한 관계자는 “장타 능력을 가진 유격수 자원은 찾기 힘들다”라고 이야기했다. 공격에 전념할 수 있는 선수를 선발하는 것도 대안이지만, 이 경우 가뜩이나 불안한 내야 수비가 더 흔들릴 수 있다는 고민은 어쩔 수 없다. SK로서는 어쨌든 고메즈가 리그에 빨리 적응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팀 타선에 힘을 보태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다.
그렇다면 고메즈는 리그에 적응하고 있을까. 겉으로 드러나는 기록만 보면 확실하지는 않다. 하지만 세부적인 면을 따져보면 조금씩 그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음은 여러 기록 및 경기 모습에서 드러난다. 부상 전 성적과 부상 복귀 후 성적으로 나눠 비교해보면 약간의 적응세는 느낄 수 있다.
기본적으로 타율에서 고메즈는 4월 한 달 동안 1할9푼6리에 그쳤다. 하지만 복귀 후인 5월 성적은 2할7푼3리로 낙제점까지는 아니다. 멀티히트 경기도 네 번이나 된다. 내야안타가 몇몇 끼어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고메즈의 빠른 발과 성실한 주루 플레이가 만든 행운이라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4월 한 달 동안 2할3푼7리의 출루율을 기록했던 고메즈지만 5월에는 3할2푼2리를 기록하고 있다. 볼넷이 소폭으로 늘어났다. 반대로 어처구니없는 공에 헛스윙을 하는 경우는 조금 줄어들었다. 고메즈의 4월 헛스윙 비율은 14.4%였지만, 5월에는 10.1%로 조금 떨어졌다. 5월 초구 헛스윙 비율은 1.7%에 불과하다. 조금씩 인내심을 가지고 공을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다.
타석당 투구수도 4월에는 3.41개로 리그에서 가장 적은 수준이었지만 5월에는 3.53개로 늘었다. 긍정적인 것은 땅볼보다는 여전히 뜬공을 많이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메즈의 땅볼/뜬공 비율은 4월에도 0.82 수준이었고, 5월에는 0.50까지 떨어졌다. 어쨌든 땅볼보다는 뜬공의 안타 가능성이 높다. 뜬공이 계속 나온다는 점은 타자의 향후 반등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기록이 될 수도 있다.
어차피 고메즈의 타격 약점은 이미 모든 구단이 알고 있다. 바깥쪽 떨어지는 공에 약점을 보이고 있고, 공격적인 성향을 역이용한 ‘유혹의 볼’에 약점이 있다. 불리한 볼 카운트에 몰리면 안타 확률이 극히 떨어진다. 여기에 “수 싸움에서 약하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같은 구종에 계속 속는 경우가 많아서다. 차라리 자신의 존에 들어오는 공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고메즈는 5월 들어 조금씩 유인구들을 골라내고 있다. 그리고 맞으면 타구 속도는 총알 같다. 27일 인천 삼성전에서 터진 홈런포는 고메즈의 장점을 설명하는 장면이었다. 여기에 수비도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다. 송구 정확도는 초반에 비해 상당히 좋아졌다. 문제는 이런 기록이 단순한 소폭 반등이냐, 혹은 대폭발의 가능성을 내비치느냐는 것이다. 후자라면 다행이지만, 전자라면 SK의 고민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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