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기 힘든 결정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칙을 고수했고, 최상의 결과로 이어졌다. LG 트윈스가 타선 폭발에 힘입어 4연패서 탈출했다.
LG는 29일 잠실 두산전에서 16–8로 승리, 5할 승률을 회복하며 5위 자리를 사수했다. 데뷔전을 치른 선발투수 이영재가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조기 강판됐고, 1회말 5실점했지만 곧바로 반격에 성공하며 역전승했다. 이번 주 내내 풀리지 않았던 타선이 이번에는 20안타 16득점으로 폭발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LG측 3루 덕아웃은 한산했다. 원정팀 훈련 시간임에도 LG선수들은 외야에서 몸만 풀고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타격훈련에 임하는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양상문 감독은 “최근 계속 타이트한 경기를 했다. 오늘 낮 경기인 만큼 계획했던 대로 타격훈련은 쉬기로 했다”며 “기본적으로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실내에서 타격훈련을 한다. 오늘 실외 타격훈련까지 하는 것은 안 좋게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4연패를 당했지만 양 감독의 선택은 강훈련이 아닌 휴식을 통한 경기력 향상이었다.

역발상은 휴식에 그치지 않았다. 양 감독은 이날 선발 라인업에 정성훈과 이병규(7번)를 모두 제외했다. 정성훈과 이병규 모두 최근 타격감이 좋지는 않았으나, 네임벨류를 감안하면 이들을 제외시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둘을 대신해 출장한 김용의와 문선재가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김용의는 2회초 적시 2루타로 대역전 흐름을 만들었고, 다음 타석에선 볼넷으로 출루했다. 문선재도 안정된 수비로 외야진의 중심을 잡았다. 4회초에는 볼넷 출루 후 히메네스의 2루타 때 빠른 스피드를 뽐내며 득점을 올렸다. 6회초에는 절묘한 번트로 내야안타를 만들었고, 2루 도루까지 성공, 박용택의 2루타에 팀의 9점째를 올렸다. 이병규(7번)와 정성훈은 모두 7회에 타석에 들어서며 경기 후반 조커 역할을 했다.
양상문 감독은 올 시즌 ‘안전운행’을 모토로 삼고 있다. 낮 경기의 경우 훈련을 최소화하고, 컨디션이 떨어지거나 부상이 있는 선수는 절대 무리시키지 않는다. 승부처를 후반기로 삼고, 올스타브레이크 전까지는 부상자가 나오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인다. 불펜진 혹사도 최소화하고 있다.
물론 안전운행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해피엔딩을 맞이하기 위해선 선수단 컨디션 관리가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져야만 한다. 양상문 감독의 전략이 4개월 후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볼 일이다. / drjose7@osen.co.kr
[사진] 잠실 =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