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 번도 어려운 우승인데 정신이 없다."
국내랭킹 16위 이승진(47, 대구)이 국제 무대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선수들을 물리치고 대회 2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승진은 29일 강원도 양구군 양구문화체육회관에서 열린 제4회 국토정중앙배 2016 전국당구선수권대회 3쿠션 일반 남자부 결승전에서 조재호(36, 서울시청)를 꺾고 우승을 안았다.
이로써 이승진은 하루에만 2개의 우승트로피를 안으며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이승진은 앞서 열린 1쿠션 결승전에서 강동궁(36, 동양기계)을 물리치고 정상을 밟았다.
이승진은 이번 대회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40대 후반의 나이에 30대의 물오른 선수들을 잇따라 물리쳐 관심을 모았다. 더구나 결승 상대였던 조재호와 강동궁은 세계 대회 우승 경력이 화려한 승부사들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승진은 3쿠션 16강에서 국내랭킹 1위 김행직을 꺾는 파란을 일으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1쿠션과 3쿠션 상대였던 강동궁과 조재호를 연파하고 우승할 것이라는 예상은 높지 않았다.
실제 이승진은 1쿠션에서 승부치기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그러나 승부치기 첫 이닝에서 20득점에 성공하면서 우승, 자신감을 찾았고 3쿠션에까지 고스란히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승진은 조재호를 상대로 단 한 차례 역전을 내줬지만 특유의 몰아치기로 시종 경기를 압도 했다. 다양한 포지션 공략을 성공시켜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승진은 경기 후 "평생 한 번도 어려운 우승인데 정신이 없다"고 웃어보인 뒤 "(우승에 대한) 욕심이 나지 않았던 것 같다. 약간 무심 타법이 통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승진은 이날 1쿠션과 3쿠션에서 각각 세계적인 당구 최강자로 불리는 강동궁과 조재호를 상대로 접전을 펼쳐 체력적, 정신적으로 열세를 보이지 않을까 우려됐다. 이에 이승진은 "많이 힘들었다"면서도 "이기니까 덜 힘들더라"고 긍정적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승진은 이날 경기 내용에 대해 "완벽하게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내 기량의 90% 이상은 발휘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당구를 더 좋아하게 되고 더 많이 치게 될 것 같다.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승진은 "전국 대회 우승은 거의 10년만에 하는 것 같다. 주변에서 늘 응원해 주신 많은 분들에게 대단히 감사하다. 이번 우승을 계기로 더 훈련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