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스, 변화구 위주로 투구패턴 변화
조인성, "구위는 좋아, 이닝에 책임감"
"전적으로 조인성의 리드대로 따른다".

한화 에스밀 로저스(31)가 괴물 에이스의 면모를 완벽하게 되찾았다. 팔꿈치 통증으로 뒤늦게 1군에서 시즌을 시작한 로저스는 직구 구속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력적인 투구로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지난 29일 대전 롯데전에는 시즌 최다 9이닝 127구 2실점 완투승으로 한화의 첫 4연승을 이끌었다.
이날 경기에서 로저스는 127개의 공을 던졌지만 직구는 32개밖에 되지 않았다. 슬라이더(43개) 체인지업(36개) 커브(16개) 등 변화구 비율이 훨씬 높았다. 탈삼진 8개의 결정구도 직구는 하나뿐으로 슬라이더 3개, 체인지업 2개, 커브 2개로 다양했다. 필요할 때는 최고 151km 강속구를 던졌지만 많지 않았다.
올해 5경기 전체를 봐도 로저스는 직구(43.6%)보다 슬라이더(29.8%) 커브(15.5%) 체인지업(11.1%) 등 변화구 비율이 더 높다. 지난해에는 직구가 51.4%로 절반을 넘었다. 지난해보다 직구 평균 구속이 149.6km에서 144.7km로 5km 정도 감소돼 우려가 있었지만 변화구 위주 투구로도 변함없이 위력적이다.

로저스와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포수 파트너는 '단짝' 조인성(41)이다. 로저스는 지난해 한화와 재계약에 앞서 FA가 된 조인성의 계약 여부를 먼저 확인할 정도로 그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에도 "투구 패턴은 내가 변화 주는 게 아니라 전적으로 조인성 리드대로 따른다"고 말했다.
조인성은 "로저스의 공은 여전히 힘이 있다. 다만 상대팀에서도 이제 로저스에 대해 분석을 많이 하고 들어온다. 지난해처럼 직구 위주보다는 여러 가지 구종을 섞으려 한다. 전력분석 때부터 로저스와 여러 대화를 하며 상황에 맞춰 리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6.0%에 불과했던 체인지업의 비율이 11.1%로 증가, 타이밍 빼앗는 완급조절용으로 유용하다.
투구 패턴은 바뀌었지만 로저스의 책임감은 그대로다. 조인성은 "선수단 전체가 팀 성적이 안 좋아 힘들어하고 안타까워했다. 로저스도 경기에 나갈 때마다 승리하려 하고, 9이닝 전부 책임지려는 생각으로 던진다. 우리 선수들도 로저스의 모습을 보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기는 경기를 하려한다"고 했다.
로저스도 "내가 조금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 팀이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항상 긴 이닝을 던지는 것이 최고 목표다. 불펜투수들이 많이 지쳤는데 그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2연속 4일 휴식에도 127구를 던진 로저스의 헌신 덕분에 한화 불펜투수도 월요일(30일) 휴식일까지 이틀간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