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일 과제, '97이닝 페이스' 정재훈을 아껴라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5.30 05: 49

현재까지 24경기 32⅓이닝, 97이닝 페이스
앞으로 팀 승률, 불펜 전체 고른 활용이 관건
 두산 베어스는 30일 현재 34승 1무 13패로 승률 7할2푼3리를 기록하며 2위 NC 다이노스에 6.5경기차로 앞선 선두다.

가장 최근 경기인 29일 잠실 LG전에서 선발 마이클 보우덴을 비롯한 마운드 전체가 무너져 8-16으로 대패했지만 이것이 지난주 유일한 패배였다. 두산은 최근 3주간 매주 5승 1패를 올리며 18경기에서 15승 3패라는 압도적인 성과를 냈다.
하지만 승리에는 대가가 따른다. 일반적으로 승률이 높은 팀은 핵심 셋업맨이나 마무리투수가 많은 이닝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 두산은 강한 타선을 앞세운 대승이 많아 마무리 이현승이 23⅓이닝으로 아주 많이 던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셋업맨 정재훈은 그보다 1경기 많은 24경기에 나섰을 뿐인데도 한 번 나오면 긴 이닝을 끌고 가는 경우도 많아 벌써 32⅓이닝을 소화했다.
144경기로 환산하면 97이닝 페이스다. 선발 등판이 없는 순수 불펜투수가 이 정도 이닝을 소화한다는 것은 엄청난 것이다. 올해 선발로 나오지 않은 선수 중 정재훈보다 많은 이닝을 책임진 것은 한화 이글스의 권혁(28경기 36⅓이닝)밖에 없다. 좀 더 범위를 넓히면 선발 등판이 한 번 있는 송창식(25경기 35이닝), 두 번 선발로 나온 장민재(19경기 35이닝)도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권혁과 같은 팀에서 뛰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권혁, 송창식, 장민재 활용과 정재훈 기용이 같은 맥락은 아니다. 김태형 감독이 그를 쓴 것은 팀이 이기는 과정에서 생긴 불가피한 결정일 때가 많았다. 24경기에 출전하는 동안 14홀드를 기록해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정재훈 본인도 “어깨는 소모되는 것이고, 던지지 않을수록 충전이 된다”면서도 “그렇다 해서 지금 나갈 경기를 안 나가선 안 된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앞서는 상황에는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두산이 시즌 말미까지 7할 승률을 유지할 확률이 높지는 않고, 정재훈 역시 시즌 내내 평균자책점 1.11, WHIP 0.71이라는 화려한 성적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팀 혹은 본인의 페이스가 떨어질 때면 쉬는 날들도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실제로 시즌이 끝났을 때 그가 97이닝 가까이 던질 확률은 희박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만 보면 걱정거리다. 3점차 이내 리드가 워낙 많아 정재훈이 필요할 때가 많았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불펜투수는 경기 수, 소화한 이닝 수 이상의 피로를 느끼는 일이 많다. 마운드에 오르지 않더라도 불펜에서 몸을 푸는 날들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재훈은 기록상 최근 2경기 연속 쉬었으나 28일에는 경기에만 출장하지 않았을 뿐 대기하며 몸을 풀었다.
올해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그의 호투 행진이 최대한 오래 지속되게 하려면 아껴줄 필요는 있다. 김 감독은 윤명준 오현택과 더불어 진야곱, 이현호까지 불펜 전체가 그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선발이 물러난 뒤 1~2이닝을 막아줄 이들이 나타나면 정재훈이 짧게 던지거나 때론 쉬어도 된다. 기존 투수들과 더불어 퓨처스리그에 있는 1군 콜업 1순위 후보 김강률 등이 이러한 몫을 해낼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물론 정재훈을 둘러싼 두산의 우려가 어쩌면 배부른 투정일 수는 있다. 다른 팀들은 이기지 못하는 것 자체가 고민이다. 많이 승리해서 선두가 된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셋업맨이 자주 나올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런 부분을 빼면 공수 양면에서 부상이라는 변수 외엔 크게 지적할 바가 없는 두산의 현실을 보여주는 점이기도 하다. 그만큼 현재 두산은 잘나가고 있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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