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0G' LG, 성장과 성적 모두 바라보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05.30 06: 02

LG, 첫 44경기 22승 22패 5할 승률..연승 연패 반복되는 롤러코스터 행보
혼란 속에서도 임정우 이준형 채은성 뚜렷한 성장세...승부처는 후반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것인가.

이제 딱 100경기 남았다. 앞으로 100경기 결과에 따라 LG 트윈스의 2016시즌 종착역이 결정된다. 앞선 44경기는 롤러코스터였다. 최근만 봐도 6연승을 달리다가 4연패에 빠지는 극단적인 모습이었다. 그만큼 기복이 심하다. 크고 작은 부상으로 베스트9을 꾸준히 기용해보지 못했고, 선발진도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연패에서 탈출하며 승률 5할을 회복하고 5위 자리도 사수했으나, 포스트시즌을 장담할 수 있는 경기력은 아니다. 
그렇다고 부정적으로 볼 필요도 없다. 일단 올 시즌 모토로 삼은 ‘리빌딩’의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마무리투수 임정우, 선발투수 이준형, 외야수 채은성이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며 팀의 중심으로 올라서는 중이다. 21세기 LG 트윈스에서 볼 수 없었던 광경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LG는 지난 15년 동안 팜에서 마무리투수와 선발투수를 만들지 못했다. 이상훈 이후 9년 동안 제대로 된 마무리투수가 없었다. 10승 선발투수도 우규민 한 명 뿐이다. 선발투수와 마무리투수로 맹활약했던 봉중근은 미국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선발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류제국도 마찬가지다. 우규민 또한 본격적인 선발투수 전환은 경찰청 군복무를 통해 이뤘다. 야수진도 비슷하다. 21세기 박용택과 이병규(7번), 오지환 외에는 팜에서 나온 주전 야수가 없다. 특히 우타자 유망주는 저주라도 걸린 듯, LG와의 인연을 피해갔다. 
그만큼 임정우·이준형·채은성의 성장은 의미가 크다. LG로선 외계인이 지구를 찾은 것과 같은 대형사건일지도 모른다. 세 선수 모두 경기가 거듭될수록 더 나은 활약을 펼치며, 개인 성적도 향상되고 있다. 
시범경기 기간 작은 부상으로 밸런스가 흔들렸던 임정우는 자기 폼을 찾은 4월 중순부터 철벽 모드다. 4월 14일 롯데전을 기점으로 16경기 18이닝을 소화하며 2승 0패 8세이브 평균자책점 1.50을 찍고 있다. 탈삼진 20개를 기록하는 동안 볼넷은 6개, 블론세이브는 단 하나다. 기간을 5월로 한정하면 다섯 번의 세이브 기회를 모두 챙기며 세이브 성공률 100% 유지 중이다.  
이준형은 2013시즌 신정락 이후 가장 안정적인 5선발투수다. 지금까지 8경기에 선발 등판해 37이닝을 소화했고 2승 4패 평균자책점 5.59를 기록하고 있다. NC와의 2경기에서 무너진 것을 제외하면, 평균자책점은 3.60으로 확 내려간다. 양상문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지난해 4월 이준형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2, 3년짜리 장기프로젝트를 계획했었다. 그러나 이준형은 마무리캠프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고, 최근 매 경기 자기 몫을 해내며 스스로 선발진 한 자리를 꿰찼다. 
채은성은 우타자 가뭄에 단비가 되고 있다. 올 시즌 43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9푼4리 4홈런 25타점 OPS 0.771(출루율 0.326·장타율 0.445)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타점을 올리고 있다. 스스로 “찬스에서 강한 클러치히터가 되고 싶다”고 방향을 정했고,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 수비도 일취월장했다. 육성선수 입단 당시에는 수비 포지션이 없었다. 2군에서 포수와 3루수, 외야수까지 여기저기를 오갔다. 하지만 이제는 외야수로 자리를 굳혔다. 외야수비에 붙어있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다. 적어도 코너 외야수비는 확실히 책임진다.
물론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LG는 이들 외에도 서상우 이천웅 정주현 유강남 양석환 안익훈 강승호 장준원 등 여러 젊은 선수들을 미래 팀의 기둥으로 보고 있다. 이들 모두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며 올 시즌 도약을 꿈꿨다. 
하지만 육성에는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 임정우와 채은성도 그랬다. 임정우는 마무리투수로 올라서기까지 4년이 걸렸다. 4년 동안 선발투수부터 불펜 패전조, 롱릴리프, 필승조, 셋업맨을 거쳐 올해 확실한 자기자리를 찾았다. 채은성도 1군 데뷔해였던 2014시즌 꾸준한 타격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으나 지난해 2년차 징크스에 시달렸다.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타격 메카닉을 고치기 시작한 게 겨우 지난 겨울부터였다. 
양상문 감독은 억지로 젊은 선수들을 박아 넣는 무리한 육성도, 성적에 급급한 운영도 지양하고 있다. 한계가 노출된 젊은 선수는 2군으로 내려 보완할 시간을 준다. 체력과 부상관리도 어느 때보다 철저하다. 폭넓게 엔트리를 활용하며 주축 선수들의 이탈을 최대한 방지하려고 한다. 5할 승률만 유지하면, 포스트시즌 진출 기회는 자연스레 찾아온다는 계산이다.
결국 승부수는 후반기에 던진다. 이동현과 정찬헌이 함께 가동되는 시기에 본격적인 순위싸움에 나선다. 2014시즌 기적을 이룬 것처럼, 7월 중순까지는 약진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양 감독의 계산이 적중한다면, LG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팀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것이다. / drjose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