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한' 박민우, "다른 방법으로 마음 안정 찾겠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6.05.31 17: 48

 선의의 마음이 빚어낸 해프닝이었다. '종교 전쟁', '논란' 등 과격한 시선으로 볼 필요는 없다. 
KIA-NC전이 열린 29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경기 도중 2루수의 수비 위치 근처 그라운드에는 기독교의 십자가를 의미하는 '十'자와 불교의 '卍(만)'자가 어지럽게 씌여 있었다.
NC 2루수 박민우와 KIA 2루수 서동욱이 번갈아 그라운드에 발로 글자를 새긴 것이다. 평소 자신의 모자 안쪽 챙에 卍'자를 적어놓는 박민우는 올해 들어 수비 위치에 들어가면 그라운드에 자신의 수비 실책 숫자와 '卍'자를 손이나 발로 살짝 그린다. 이날도 챔피언스필드에 '卍'자를 새겼다. 실책을 줄이자는 자기만의 암시다. 어떤 나쁜 의도를 갖고 한 행위가 아니다.

그런데 기독교 신자인 서동욱이 자신도 십자가를 뜻하는 '十'자를 옆에다 새겼다. 서동욱도 비슷한 심정이었다. KIA측에 따르면 "서동욱 역시 종교가 기독교니까 잘 하고 싶은 마음에 십자가를 그렸다"고 한다.
공수 교대가 되자 박민우는 하나씩 '卍'자를 더 새겨갔다. 그런데 그 숫자가 너무 많았다. 그라운드를 뒤덮은 '卍'자를 중계진이 이를 언급하면서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됐다.
박민우는 31일 두산전에 앞서 "평소 1개만 그리는데 그날은 하다보니 여러 개를 썼다"며 "이렇게 논란과 이슈가 될 줄은 몰랐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민우는 "어제 서동욱 선배와 전화 통화를 했다. '괜찮냐'고 위로해주고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수 교대 때 서로 지나치면서 웃었다. 그때만 해도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물론 그라운드의 땅을 파일 정도로 깊숙하게 글자를 새긴다면 좋은 일은 아니다. 다행히 글자를 새긴 곳에서 불규칙 바운드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KBO에 따르면 "문제 소지는 있으나 제재 근거는 없다. 다만 그라운드를 움푹 파거나 하면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심판진이 제지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경기에서는 어떤 심판도 박민우와 서동욱의 행위에 대해 제지하지 않았다.
종교에 의지에서 더 좋은 플레이를 하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 다소 과했다는 것 그 이상은 아니다. 박민우는 "앞으로는 다른 방향으로 마음의 진정을 찾겠다"며 다시는 그라운드에 글자를 새기지 않겠다고 했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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