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5연승 기간 1승2세이브 7이닝 무실점
권혁, "변화구 자신 있게, 매경기 전력투구"
8년만의 5연승, 한화의 깜짝 반전은 권혁(32)을 빼놓고 설명되지 않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화 마운드의 중심은 권혁이 지키고 있다. 언제 어떤 상황에도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올해는 변화구까지 장착, 한층 진화된 투구를 선보이고 있다.

권혁은 지난달 31일 대전 SK전에서 5회부터 구원등판, 3이닝을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한화의 8-4 재역전승을 뒷받침했다. 이틀 휴식을 갖고 마운드에 오른 이날 권혁은 3이닝 동안 38개의 공을 던지며 SK의 상승 분위기를 꺾었다. 한화의 재역전승에 있어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달 27~28일 대전 롯데전에서 이틀간 연속 세이브를 올리며 4이닝 총 58개의 공을 던졌던 권혁은 이날도 3이닝을 소화했다. 한화의 5연승 기간 동안 권혁은 1승2세이브를 올리며 7이닝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정우람의 뺑소니 교통사고와 선발투수 난조의 변수 때마다 권혁이 해결사로 나섰다.
올해 리그 최다 29경기에 등판한 권혁은 벌써 순수 구원으로는 가장 많은 39⅓이닝을 던졌다. 지난해 리그 최다 78경기에 순수 구원으로는 가장 많은 112이닝을 던졌지만 올해는 그 이상을 바라본다. 지금 페이스라면 지난해보다 더 많은 87경기-118이닝까지 던질 수 있을 정도. 혹사 여파가 우려되지만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던진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3점대(3.89)로 내려왔다.
권혁은 "상황이 되면 언제든 등판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구원 최다이닝 같은 기록은 의식하지 않는다.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매순간 공 하나하나에 집중한다. 힘든 상황에 나가더라도 점수를 최소한으로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이다"며 "우리팀 타선이 강하기 때문에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힘이 있다. 던질 때마다 역전을 할 것이라 믿는다. 투수로선 무조건 최소실점으로 막으려 했다"고 힘이 붙은 타선에 신뢰감을 나타냈다.
한화 마운드 사정상 여전히 권혁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과부하를 막기 위해 권혁도 나름 생존법을 터득하고 있다. 변화구 장착이 바로 그것이다. 그동안 거의 던지지 않던 커브를 비롯해 변화구의 비율을 늘린 게 이를 증명한다. 이날 SK전에서도 최고 147km 직구뿐만 아니라 최저 120km 느린 커브와 슬라이더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6회 이재원에게 몸쪽 깊숙하게 슬라이더를 던져 루킹 삼진 돌려세울 정도로 제구가 완벽하게 들어갔다.
권혁은 "커브는 아직 만족도를 말할 때가 아니지만 지산 있게 던지려 한다. 경기에서 계속 던지며 감을 찾아가는 중이다. 커브뿐만 아니라 슬라이더까지 변화구 비중을 높여 타자들에게 의식을 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초반보다 변화구를 더 많이 던지고 있는데 요소요소에 적절하게 쓰다 보면 점점 나아질 것이다"고 변화구 구사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렇다고 해서 권혁이 변화구 투수가 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140km대 중반 힘 있는 직구가 권혁을 상징하는 트레이드마크. 지난해와 비교할 때 이닝당 투구수가 18.7개에서 17.8개로 줄었지만 맞혀 잡는 투구를 하는 것은 아니다. 권혁은 "일부러 맞혀 잡지는 않는다. 불펜투수가 맞혀 잡는 투구를 하기란 쉽지 않다. 편한 상황이라면 몰라도 대부분 접전 상황이라 초구부터 공 하나하나가 전부 승부"라며 여전히 전력투구 투수임을 강조했다.
혹사 후유증을 무색케 하는 권혁, 이제는 적절히 변화구가 가미된 정면승부로 한화의 대반격을 이끌고 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