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人] 4년 전과 달라진 대우, 뚜렷했던 슈틸리케의 존재감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6.06.01 13: 29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존재감이 스페인의 기자회견에서 나타났다.
스페인은 한국과 친선경기를 하루 앞둔 31일(이하 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위치한 레드불 아레나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전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아리츠 아두리스(아틀레틱 빌바오)와 티아고 알칸타라(바이에른 뮌헨)이 먼저 참석하고, 이어 스페인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이 입장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기자회견에는 스페인의 수 많은 취재진이 참석했다. 유로 2016 최종 명단을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표하기로 한 만큼 당연했다. 델 보스케 감독은 자리에 앉은 직후 유로 2016에 출전할 23명의 선수 이름을 직접 호명했다. 4년 전과 비슷했다. 2012년 5월 30일에도 스페인과 한국은 친선경기를 하루 앞두고 스위스 베른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그러나 4년 전 스페인전도 취재했던 본 기자에게 스페인은 별로 긍정적인 기억을 남긴 팀이 아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스페인은 한국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았고, 또한 한국 취재진에게 기자회견의 내용을 전달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한국 취재진은 에스파냐어로 진행된 기자회견의 내용을 통역으로부터 기자회견이 종료된 후 영어로 전달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한국 대표팀의 기자회견에서는 한 스페인 기자가 무례한 말을 하기도 했다.
대표팀 관계자가 이 사실을 모를리가 없었다. 당연히 슈틸리케 감독도 이 내용을 전달 받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스페인 대표팀의 라커룸을 직접 방문해 델 보스케 감독에게 한국어로 통역을 할 시간과 한국 취재진이 질문을 하면 받아줄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선수로 함께 뛰며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고, 40여년을 친구로 지낸 델 보스케 감독은 슈틸리케 감독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요청은 헛되지 않았다. 스페인의 기자회견에는 대표팀의 이윤규 통역이 함께 참석했다. 델 보스케 감독은 기자회견에 참석하면서 이윤규 통역에게 먼저 다가와 슈틸리케 감독으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며 친근함을 표시했다. 이윤규 통역은 델 보스케 감독을 향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 뒤에 시간을 할당 받아 한국 취재진에게 전달했다.
4년 전에는 차갑기만 했던 스페인 축구협회도 이날 만큼은 친절했다. 한국전과 전혀 상관 없는 스페인의 유로 2016 최종 명단 발표는 물론 그에 대한 델 보스케 감독의 입장을 한국 취재진은 스페인 취재진과 동등하게 전달 받았다. 질문 기회가 주어진 것은 당연한 일.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슈틸리케 감독님께서 기자회견 전에 델 보스케 감독을 꼭 만나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직접 한국 취재진을 도와달라고 말하셨다"며 달라진 대우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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