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촘촘한 그물에 슈틸리케호는 완전히 걸려들고 말았다.
한국(FIFA 랭킹 54위)은 2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위치한 레드불 아레나서 끝난 스페인(6위)과 A매치 친선경기서 1-6으로 대패했다.

한국은 이날 스페인과의 전력 차를 실감하며 5골차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A매치 10경기 연속 무실점과 함께 16경기(몰수승 포함) 연속 무패행진에도 제동이 걸렸다.
최전방 공격수로 황의조를 앞세우고 손흥민과 지동원이 양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했다.
남태희가 섀도 스트라이커로 나선 가운데 한국은 4-2-3-1의 전술을 사용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성용과 한국영을 내세워 스페인의 중원과 맞섰다.
스페인은 4-1-4-1 혹은 4-3-3의 전술로 경기에 임했다. 큰 틀에서 차이가 없는 전술이다. 공격시 갑작스럽게 전방에서 숫자가 늘어나는 경우 혹은 오버래핑을 하며 상대를 강력하게 압박할 때 변화가 왔지만 기본적으로 차이가 없는 전술.
문제는 스페인은 정확한 포지셔닝을 통해 슈틸리케호를 압박했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한국이 전방으로 나오는 것을 막았다.

기술적으로 분명 우위에 있고 자신감을 갖고 있는 스페인은 철저하게 포지셔닝을 하면서 한국의 반격을 막았다. 촘촘한 그물로 고기를 낚는 것처럼 한국이 전방으로 나가야 할 상황을 막아냈다.
반면 한국은 스페인의 그물에 비해 구멍이 넓었다. 촘촘한 부분은 부족했다. 특히 스페인이 원터치 혹은 2번의 터치로 패스를 연결하는데 비해 한국은 상대 수비가 준비할 시간이 충분할 정도로 대응속도가 떨어졌다.
따라서 스페인이 비해 선이 굵은 축구를 펼치기 원했던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은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그동안 한국은 10경기 동안 무실점을 기록했다. 물론 이는 평가전과 아시아지역 2차예선 결과다. 수준이 떨어지는 팀들과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며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지금까지 한국이 얻지 못했던 결과였다. 쾌거라고 부를 수 있는 결과. 하지만 아직 2018 러시아 월드컵의 마지막 관문인 최종예선은 임하지도 않은 상황.
스페인은 최종예선을 준비하는 한국에 가장 적당한 상대였다. 우리의 실수를 반격으로 연결하지 못한 상대들과의 대결에 비해 스페인은 출저하게 압도적인 우위를 펼쳤다.
한국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을 직감한 스페인은 강력한 압박을 펼쳤다. 그러나 포지셔닝이 완벽하게 이뤄지면서 체력적인 부담은 거의 없었다. 한국에 비해 덜 뛰면서도 압박은 더 강했다.
경기 감각이 떨어지는 해외파에 비해 후반서 많은 경기를 뛴 K리그 선수들이 출전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스페인이 경기내내 한국 공격을 막아냈던 그물을 파괴하기 위해 많이 움직였다.
몇 차례 기회가 왔지만 스페인은 곧바로 만회를 해냈다. 패스를 받은 후 생각을 하며 경기를 풀어가는 한국에 비해 스페인의 경기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패스를 연결하는 속도 뿐만 아니라 경기 전체의 속도가 완전히 달랐다.

이번 친선경기는 우리의 수준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기회다. 스페인을 상대로 현재의 수준을 완벽하게 가늠하게 됐다. 친선전의 패배는 치욕이 아니라 준비를 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면 된다. 이번 패배를 통해 약을 얻는다면 패배로 인한 부끄럼 보다 더 큰 성과다. / 10bird@osen.co.kr
[사진] 잘츠브루크(오스트리아)=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