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분석] 처참하게 당한 패배, 구심점 사라진 한국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6.06.02 01: 18

구심점이 없었다. 그라운드 위는 물론 벤치에서도.
충격적이라는 표현도 부족하다. 처참하게 당했다. 한국은 1일(이하 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위치한 레드불 아레나서 열린 스페인과 친선경기에서 1-6으로 패배했다. 스페인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 한국이 54위로 실력 차가 크다고 하지만 1-6은 예상밖의 결과다.
근래 한국이 이렇게 당한 적은 없었다. 한국이 한 경기서 6골을 내준 것은 1996년 아시안컵 8강전 이란전(2-6 패배)이 마지막이다. 약 20년 만에 일어난 일로, 이날 결과를 접한 이들이 받을 충격은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다.

공격부터 수비까지 모든 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격은 마무리가 되지 않았고, 수비는 수비수와 골키퍼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국은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계속 보였다. 세계 최고 수준의 팀 스페인이 한국의 흔들림을 놓칠리가 없었다.
흔들림의 시작은 전반 30분 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의 득점이다. 실바는 아크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왼발로 감아 차 골로 연결했다. 골대 구석을 노리는 환상적인 슈팅이었다. 엄청난 프리킥 골에 한국의 모든 선수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충격은 오래갔다. 불과 2분 뒤 골키퍼 김진현이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세스크 파브레가스에게 추가골을 내줬고, 전반 38분에는 김진현과 수비수 김기희의 의사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놀리토에게 또 골을 허용했다.
흔들림을 빨리 잡고 충격에서 벗어나야 했지만 한국은 그러지 못했다. 그라운드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기성용(스완지 시티)이 선수들을 다독여야 했지만, 기성용도 충격에서 빨리 회복하지 못하는 듯 했다. 아쉬움이 컸다.
기성용 만의 잘못은 아니다. 벤치는 패배의 책임이 더 크다. 변화로 분위기를 바꿔야 했지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존재감은 사실상 전무했다. 8분 만에 내리 3골을 허용하는 동안, 그리고 하프타임에 전열을 정비하지 못해 후반전에 2골을 내주는 동안 슈틸리케 감독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라운드와 벤치에서 모두 구심점이 사라진 한국의 대패는 필연적이었다. 후반 38분 주세종이 이재성의 도움을 받아 한 골을 만회했지만, 스페인이 대대적인 선수 교체로 긴장감을 잃은 만큼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한국은 후반 44분 모라타에게 또 골을 허용해 1-6으로 패배했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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