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야구 무서워" 김성근, 이유 있는 투수운용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6.02 05: 49

김성근, 한화 투수운용 비판에 작심 발언  
5~6점차도 안심 못 하는 투고타저 영향
"우리나라 야구가 무서워지고 있다".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KBO리그의 다른 팀들과는 전혀 다른 투수 운용을 한다. 선발투수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일찍 교체하고, 불펜투수들을 집중 투입하는 벌떼 야구를 구사한다. 불펜도 필승조 투수들만 쓴다. 이 같은 한화의 마운드 운용을 놓고 외부에서는 비판적인 시선이 짙다. 144경기 장기 레이스에서 하루살이 야구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김 감독은 지난 1일 대전 SK전을 앞두고 투수 교체와 관련 작심 발언을 내뱉었다. 김 감독은 "투수를 왜 바꾸느냐가 아니라 왜 바꿔야 했는지 이유를 알아야 한다. 공이 높게 들어가는 건 투수가 안 좋기 때문이다. 계속 놔두면 대량 실점으로 경기가 넘어간다"며 그 전날 선발투수였던 송은범을 5회 바꾼 이유를 밝히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감독은 "깊은 곳에서 야구를 볼 필요가 있다. 그냥 막연하게 투수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투수를 아껴야 하는데 왜 굳이 바꾸려 하겠는가. TV를 보면 노골적으로 투수를 빨리 바꿨다고 하는데 그 사람들이 벤치에 들어와서 직접 한 번 경기를 해보라 하고 싶다"고 불편한 기색을 가감없이 내비쳤다. 
이처럼 김 감독이 투수 운용을 더욱 타이트하게 하는 데에는 타고투저의 영향이 크다. 각 팀마다 한 명씩 외국인 타자들이 들어온 2014년부터 KBO리그는 타고투저 시대가 왔다. 지난해 스트라이크존을 높이고, 올해 공인구를 단일화했지만 여전히 쏟아지는 득점에 투수들만 죽어난다. 경기 흐름도 순식간에 뒤바뀐다. 
김 감독은 "요즘 야구는 공 하나 실수하면 다 넘어간다. 빗맞더라도 홈런이 된다. 한 경기 4~5개씩 홈런이 터지는데 메이저리그도 이 정도는 아니다. 우리나라 야구가 무서워지고 있다"며 "5~6점차도 순식간이다. 5~6점차 리드도 가만히 있으면 언제 뒤집힐지 모르니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현실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넉넉하게 앞선 경기도 필승조, 근소하게 지고 있어도 필승조 투수들만 쓴다. 그러나 올해 전체 245경기 중 5점차 이상 벌어진 경기가 역전돼 승패가 뒤바뀐 건 불과 2경기, 전체 비율로 따지면 0.8%에 불과하다. 그 0.8%를 위해 한화는 매경기 필승조들이 대기한다.  1군 엔트리에는 있지만 등판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하는 투수들도 상당수 있다. 
김 감독의 투수 교체 기준도 이닝이나 개수보다 그 투수의 상태, 타자와 상대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김 감독은 "투수가 얻어맞더라도 던지고자 하는 곳을 던지면 괜찮다. 그게 안 되면 한계가 온 것이다"며 구원투수 선택에 대해서도 "최근 잘 던지는 투수보다 상대 타자가 누구이고, 우리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 수 있는지부터 봐야 한다"고 디테일하게 파고들었다. 
그러나 적어도 올 시즌 김 감독의 투수 운용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리그 최다 선발 4일 이하 휴식(27번), 최다 퀵후크(26번), 최다 투수교체(4.2명)에도 불구하고 팀 평균자책점(6.59) 승계주자 실점률(45.0%·86/191)은 가장 높다. 타고투저 시대를 맞아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김 감독이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다. 과연 시즌이 끝났을 때 한화의 투수 운용은 어떤 평가를 받을까. /waw@osen.co.kr
[사진] 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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