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픽] 40여년 우정, 그러나 양보 없었던 냉철한 승부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6.06.02 13: 59

경기 전만 해도 40여년을 이어온 한국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스페인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의 인연에 주목했다. 그러나 40여년 우정은 경기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양보가 없었다. 승부의 세계는 냉철했다.
1-6 패배. 양보가 있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결과다. 한국은 1일(이하 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스페인과 친선경기에서 1-6으로 패배했다. 한국이 6실점을 하고 패배한 건 1996년 12월 아시안컵 8강전에서 당한 이란전 패배(2-6 패배) 이후 20년 만의 일이다.
패배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스페인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의 강호로, 2008년과 2012년 유로 대회,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정상에 오르며 세계 최고 수준의 팀으로 성장했다. 반면 한국은 FIFA 랭킹 54위로, 세계 무대에 대한 도전이 이른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차이가 컸지만 1-6이라는 믿기지 않는 패배를 당할 것이라고 생각은 못 했다. 유로 2016을 준비하는 스페인이 한국을 상대로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드물었다. 스페인에 한국전은 유로 2016 출전을 앞두고 컨디션을 조절하는 차원에서 치르는 경기였다.
그러나 스페인은 시작부터 막강하게 나왔다. 주축 선수 몇몇을 제외하고는 각국 리그의 상위권 선수로 지목 받는 선수들이었다. 스페인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전반전에만 3골을 허용하며 막다른 길목에 몰리는 듯 했다.
스페인이 주축 선수를 빼면서 한국에 쉴 틈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기대는 어긋났다. 스페인은 하프 타임에 티아고 알칸타라(바이에른 뮌헨), 페드로(첼시), 호르디 알바, 세르히오 부스체크(바르셀로나) 등을 투입했다. 더욱 강해졌다. 스페인은 의도대로 3골을 더 넣어 6-1로 경기를 마쳤다.
경기 직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스페인 델 보스케 감독의 발걸음은 가벼웠고 얼굴에는 미소가 있었다. 당연했다. 경기 직전만 하더라도 델 보스케 감독은 유로 2016에 출전할 최종 선수 명단 때문에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한국전 대승을 통해 델 보스케 감독은 비난에서 자유로워졌다.
델 보스케 감독으로서는 40여년을 알고 지낸 슈틸리케 감독을 향한 미안한 감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델 보스케 감독은 그 감정을 일말도 드러내지 않았다. 긴 시간 나눈 우정이지만 승부를 봐야 하는 경기에서 만큼은 어느 때보다 냉철함을 보였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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