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0점대 ERA’ 박희수, 시련 이긴 특급행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6.02 13: 00

유일한 0점대 소방수, 10년간 최고 페이스
“어깨 문제 없다” 특급  클로저 명예 회복
올 시즌 SK의 마무리 투수로 낙점된 박희수(33·SK)는 시즌 초반 놀라운 성적을 이어나가고 있다. 19경기에서 22이닝을 던지며 2승1패12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블론 세이브는 딱 한 차례다.

1할4푼7리의 피안타율, 1.05의 이닝당출루허용률(WHIP) 모두 안정감이 있다. 피홈런도 없고 피장타는 2루타 한 개뿐이다. 놀라운 것은 평균자책점이다. 박희수의 평균자책점은 0.41에 불과하다. 올 시즌 8세이브 이상을 거둔 선수 중 유일하게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시즌 극초반도 아니고, 시즌이 30% 이상 지난 시점에서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다는 것은 웬만한 기량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제 박희수의 성적은 지난 10년을 돌아봐도 빼어난 성적이다. 2007년 이후 시즌 개막부터 6월 1일까지의 성적을 놓고 봤을 때 9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전업 마무리 투수 중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수는 딱 4명밖에 없었다. 박희수가 5번째 선수인데, 앞선 4명보다 평균자책점이 더 좋다.
2007년 정대현(당시 SK)이 0.9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2012년에는 스캇 프록터(당시 두산)가 15세이브를 올리며 0.92의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2013년에는 봉중근(LG·0.55), 오승환(삼성·0.57)이라는 두 명의 토종 투수가 이 기록을 달성했다. 당시와는 달리 극심한 타고투저의 시대에 살고 있는 박희수는 0.42다. 대단한 성적임을 실감할 수 있다.
박희수 개인적으로도 가장 컨디션이 좋았을 당시인 2014년 6월 1일까지 18경기에서 11세이브와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한 적이 있다. 어깨 통증을 겪어 1년 이상 재활에 매진했음을 생각하면 ‘제2의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구속은 어깨 통증이 있기 전보다 2~3㎞ 정도 떨어진 상태다. 조금씩 올라오고는 있지만 전성기 구속보다는 못하다. 그래서 보는 사람으로서는 살얼음판을 걷는 승부처럼 보일 수는 있다. 긴장감도 배가된다. 박희수는 “사실 내가 150㎞의 공을 3개 연속 윽박지를 수 있는 선수는 아니다. 아무래도 제구 위주로 승부를 해야 하니 조심스럽게 던지는 점은 있다. 그러다보니 조금씩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완벽한 코너워크로 긴박한 상황을 정리하고 있다. 볼카운트가 몰려도 타자를 맞혀 잡아내고 있고, 설사 볼넷을 주더라도 후속타를 봉쇄하며 경기를 마무리한다. 한 해설위원은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라면 그런 상황에 그냥 무너지게 되어 있다. 하지만 박희수는 여유가 있다. 그런 여유에 오히려 급해지는 것은 타자들”이라고 극찬했다.
박희수는 책임감에 불타고 있다. 박희수는 최근 잘 나가고 있음에도 “투구수가 조금 많다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 1~2점차 승부가 많아 어쩔 수는 없지만 개수를 조금씩 줄여야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가장 중요한 몸 상태는 괜찮다. 박희수는 “팀에서 관리를 잘 해주시고 있다. 투구 후 어깨를 터는 것은 내 평소 습관일 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어깨 상태는 크게 문제가 없다. 더 신중하게 집중하고 던지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시련을 이긴 박희수가 이제 여유까지 되찾고 특급의 딱지를 다시 자신의 이름 앞에 붙이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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